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무리수' 결국 뒤탈
[경향신문] ㆍ새 정부 들어 폐지 예고 속 작년 경영평가에서 ‘소급적용’ 논의
ㆍ강제 도입한 공공기관들 “불이익 땐 정부 상대로 소송도 불사”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 시책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적극 도입했던 일부 공공기관들이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방침이 굳어지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뒤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인센티브를 환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요구한 기준대로 정책을 시행한 기관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공공기관들은 주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특성은 무시한 채 120개 공공기관 전부에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도입하려 했던 기획재정부의 욕심이 줄소송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5일 기재부가 각 공공기관에 최근 배포한 ‘2016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보고서(경평보고서) 초안’을 보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된 부분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평가위원들은 성과연봉제 부분을 평가해 기재부에 넘겼지만 이를 취합한 경평보고서 초안에는 관련 내용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평보고서에 성과연봉제 관련 내용이 빠졌다는 것은 이번 경평에서는 성과연봉제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6월 말 경평 발표에 앞서 각 공공기관에 해당 기관에 대한 경평보고서 초안을 보내 사전열람하게 한다.
2016년 경평 결과 성과연봉제를 적극 도입한 기관들의 등급이 일제히 하락한 내용을 담은 경평보고서 일부가 이날 돌기도 했다. 기재부는 “최종본이 아니다”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경영평가편람(편람)에 따라 1년간 경평을 준비했던 공공기관들은 당황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차지하는 점수는 100점 만점에 4점(가산점 포함)이다. 편람은 매년 2월 말 작성되며 12월에는 수정된 최종 편람이 확정된다. 최종본까지 성과연봉제 4점 부여는 그대로였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를 예고했다. 정부는 16일 열리는 공공기관운영평가위원회(공운위)에서 공공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폐지하고, 앞서 지급했던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르면 경평 결과도 이날 발표된다.
공공기관들의 불만은 ‘소급적용’이다. 향후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것은 사필귀정이라 하더라도 이를 지난해 실적평가에까지 반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경평에서 주요 사안들을 소급적용한 전례가 있다. 2014년에는 경평 발표 직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반영돼 해양과 안전에 관련된 공공기관들의 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2015년에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맞춰 자원외교 관련 공공기관들이 죽을 쒔다.
성과연봉제에 따른 정부의 오락가락 방침에 뿔난 40여개 공공기관은 기재부나 공운위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로 경평 등급이 상승한 공공기관의 경우 1인당 환수액만 400여만원이다. 앞서 정부 압력에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강제도입했던 30여곳의 공공기관은 지난해부터 소송을 벌여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이번에는 역(逆)소송전이 벌어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1년 전에 밝힌 출제 범위에 따라 공부한 뒤 시험을 치렀는데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채점 기준을 바꾼다면 누가 시험 준비를 하겠느냐”며 “노무사 등을 통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데 경평 발표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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