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준비해 온 딸, 갑자기 바뀐 정책에 울상"

박형수 2017. 6. 1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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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외고 입학설명회 가보니
외고·자사고 폐지 선언 뒤 첫 행사
부모들 "일반고 싫은데 선택지 박탈
일반고 돼도 현수준 교육 유지되나"
학교도 "수십년 교육 노하우 물거품"
경기도교육청이 2021년까지 외고와 자사고 폐지 방침을 밝힌 이후 첫 외고 입시설명회가 15일 경기도 수원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입시설명회에는 학부모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상선 기자]
15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의 중소기업지원센터 행사장에선 경기외고의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3일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 열린 외고 설명회다.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학교 프로그램과 입학요강을 설명하자 100여 명의 학부모는 메모지를 꺼내 분주히 받아적거나 휴대전화로 설명 내용을 녹음했다. 화면에 띄워진 설명 자료를 일일이 촬영하기도 했다. 행사장 앞자리에 앉아 교사들의 설명을 꼼꼼히 메모하던 조모(41·경기도 수원시)씨는 “딸이 중학교 내내 특목고에 가겠다며 친구와 놀지도 못하고 학원과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외고가 없어질 거란 얘기를 듣고 울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바뀐 교육정책에 실망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이 교육감의 외고·자사고 폐지 선언 이후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도 폐지 확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이날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공약을 실천하려고 한다”며 “설립 취지와 다르게 고액 사교육을 유발하는 온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했던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향후 진로를 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강한 우려와 불만을 나타냈다. 이모(43·경기도 수원시)씨는 “큰아이를 일반고에 보낸 뒤 실망감이 너무 커 둘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야겠다고 결심하고 몇년째 준비해 왔다”며 “일반고에 실망한 학부모에게 외고나 자사고라는 선택지를 빼앗아 버리는 게 바람직한 건지 교육감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나자 교사와 재학생 학부모가 질문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중3 자녀를 둔 박모(37·경기도 수원시)씨는 상담 도중 “입학 후 경기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돼도 재학생들에게 현재 수준의 교육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캐물었다.

현재 경기외고를 포함해 경기도 내 외고 8곳과 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는 2020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올해 중3 학생이 경기외고에 입학하면 재학 도중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그 사이 또다시 정책이 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경기외고는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을 19명 배출했다. 경기도 내 8개 외고 중 최다다. 또 이 학교는 국내 고교 중 유일하게 국제표준교육과정인 ‘IB디플로마’를 운영해 해외 대학 진학도 활발하다. 한 재학생 부모는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런 교육적 성과들이 사장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경기외고 교사들은 “구설에 오를까 두렵다”며 말을 삼갔다. 경기도의 모 외고 교장은 “갑작스레 일반고로 전환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외국어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를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폐지 바람이 전국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의 학교들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자사고협의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전국 자사고들이 공동 대응하기로 협의했다. 다음주 중에 전국 자사고 관계자 대책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고·자사고는 학생에게 다양한 수업·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수 학생을 ‘독점’했던 문제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목고·자사고의 ‘특권’처럼 여겨졌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되 이들의 교육과정과 노하우를 한층 발전시켜 일반고에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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