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대중과 함께 즐기는 '과학문화' 만들자
지난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게 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같은 해 연말에는 10년 만에 '과학자'가 학생들의 희망직업에 등장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국민의 낮은 관심은 어쩌면 그간 과학기술계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흥미로운 과학적 이벤트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성장동력이자, 산업을 넘어 정치·사회·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앞으로 경험할 수많은 변화의 핵심이다. 동시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폭넓은 영향력에 비해 대중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그리 높지 않다. 아마도 과학기술의 고도화로 그 영향력이나 기술적 성과를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대중의 과학기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으리라 짐작한다. 과학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근간에는 과학을 이해하고 향유하는 국민이 있다. 따라서 미래 인재인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높이고, 과학기술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학문화 저변이 잘 갖춰진 선진국들 역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대중을 이해시킨다'에서 '대중과 함께 즐긴다'로 과학기술문화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꾸고 있다. 다양한 즐길 거리 개발로 1981년 시작된 '영국과학축제(British Science Festival)', 민관합작 도시순회 과학축제인 독일의 '대화하는 과학(WiD·Wissenschaft im Dialog)' 등 대중과 함께 즐기는 과학축제가 대표적 사례다. 그 외에도 노벨상 시상식 주간의 스웨덴 스톡홀름 역시 과학자와 일반인들이 함께 즐기는 과학행사가 즐비한 이색풍경이 펼쳐지며, 세계 최대 과학 민간단체인 AAAS(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대회 기간에도 과학자가 아닌 일반대중을 위한 무료 과학전시와 체험이 풍성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의 대중과 즐기려는 과학문화의 움직임이 반갑기만 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과학을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제 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올해 8월에 개최된다. 지역별로 열리는 지역과학축전도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편, 10월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으로 '노벨 프라이즈 다이알로그 서울 2017(Nobel Prize Dialogue Seoul 2017)'을 개최한다. 5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30여명의 세계적 석학들이 1500명의 일반 청중들과 함께 글로벌 이슈를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로서 '참여하는 과학문화'의 수준을 한 층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 외에도 과학기술 석학들이 일상생활 속 과학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려는 도서 출판 및 청소년 멘토링 제공 등을 통해 일반국민들의 과학소양이 개선되도록 하는 국가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부활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설치 등은 과학기술 분야육성에 대한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의 초입에서 우리 국민들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석학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통해 과학기술이 바꾸어갈 미래를 논하는 즐거움을 일깨우기를 바란다. 과학기술이 더 이상 학자들만의 어려운 연구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밀접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일부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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