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 영양소, '아연'

글 정경인 (약학정보원 학술팀장) 2017. 6. 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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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바로 알고 바로 먹자

생명과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칼슘, 마그네슘, 철, 아연, 요오드와 같은 미네랄이 꼭 필요하다. 아연(zinc)은 아주 적은 양만 필요하여 철, 요오드 등과 함께 미량원소로 분류되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많은 종류의 복합 영양제에 들어 있다. 한국처럼 영양상태가 좋은 나라에서는 아연 결핍자가 드문데도 복합영양제에 아연이 대부분 들어가는 이유는, 아연의 역할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헬스조선]

세균·바이러스 침입 막는 아연

아연은 면역시스템을 도와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고, 단백질과 DNA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임신, 유소아의 적절한 성장과 발달에 필요하다. 상처회복을 돕고, 미각과 후각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 권장섭취량은 남성이 10mg, 여성이 8mg이고 최대섭취량은 35mg이다. 건강기능식품일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권고하는 일일섭취량은 2.55~12mg이다.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에는 하루 분량에 이정도 양이 들어 있지만, 아연만 들어있는 단일제는 35mg 이상의 고용량인 경우가 많다. 아연의 가장 좋은 공급원은 굴인데, 굴 한 개에는 아연이 거의 8mg이나 들어 있다. 조개류나 육고기도 좋은 공급원이 되고, 통곡류·콩류·견과류·씨앗류에도 들어 있다.

아연 결핍, 발기부전 생기기도

아연이 부족하면 청소년은 성장 지연이나 성 발달 지연이, 성인은 탈모·설사·식욕부진·상처회복 지연·미각 이상(음식 맛을 제대로 못 느낌)이 생길 수 있다. 성인 남성은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영양결핍으로 설사를 하는 저개발국 어린이에게 아연 보충은 설사로 인한 사망을 줄여준다. 아연은 특정 질병의 치료제이기도 하다. 체내에 구리 양이 지나치게 많은 유전질환인 윌슨병에서 아연은 구리(copper)의 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을 도와 치료제가 된다. 한국에서 심각한 아연 결핍은 드물지만 위장관 수술을 받은 사람, 궤양성 대장염같이 소화기질환이 있는 사람은 아연 흡수가 잘 안 되고 소변으로 많이 빠져나가 부족하기 쉽다. 또한 채식주의자는 아연의 좋은 공급원인 고기를 먹지 않고, 고기를 대신해 먹는 콩이나 통곡물에 피트산(phyticacid)라는 아연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어 아연 결핍이 생길 수 있다.

녹여 먹는 아연, 감기에 도움돼

식약처에서 인정한 아연의 기능은 ‘정상적인 면역기능에 필요’, ‘정상적인 세포분열에 필요’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기능인 것 같은데 좀 어려울 수 있다. 임상연구를 비롯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아연 보충이 특히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면 아연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헬스조선]

2011년 여러 임상연구를 종합 분석한 연구에서 아연 로젠지(사탕처럼 녹여 먹는 형태) 80~92mg을 하루 6~10차례 나누어 먹었을 때 콧물, 재채기, 인후통, 근육통 같은 증상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감기가 2~3일 더 빨리 나았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감기 초기에 고용량 아연이 함유된 제품을 일주일 정도 섭취해볼만한데, 아쉽게도 로젠지 제품은 자주 녹여 먹여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국내 제품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로 삼켜 먹는 알약 형태의 아연이 로젠지와 같은 수준으로 감기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연이 노인성황반변성(노화에 따라 망막에 있는 황반 기능이 떨어져 시력이 약해지는 질환)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아연 80mg을 6개월간 섭취했을 때 노인성황반변성의 위험이 낮아졌다. 여드름, 상처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남성 불임에서 혈액 중 아연 농도가 낮은 편인 사람은 아연 보충이 도움이 된다는 견해의 연구도 있다.

고용량 아연, 장기 복용은 주의해야

건강관리 차원에서 아연이 포함된 비타민을 꾸준히 먹는다면 하루치에 아연이 12mg 이하로 들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아연은 필수 미네랄이라 종합비타민·미네랄 제품에 흔히 포함되어 있고, 이런 복합제에 들어 있는 아연의 양은 보통 권장용량 이내이다.

건강기능식품의 원료가 되는 여러 비타민, 미네랄 중 ‘면역기능에 필요’라는 기능이 있는 것은 아연뿐이어서인지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로폴리스와의 복합제제도 많다. 또한 노인성황반변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루테인과의 복합제제,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쏘팔매토와의 복합제제도 판매되고 있다.

먹고 있는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꺼내서 아연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자. 감기, 노인성황반변성 등 특정 목적으로 일정 기간 고용량(보통 35mg 이상)을 섭취하려 한다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무심코 많은 용량의 아연을 장기간 섭취하면 구리를 지나치게 배설시켜 구리 결핍이 생길 수 있다. 또 고용량의 아연은 혈당을 낮출 수 있어 당뇨병 환자는 전문가와 상담이 필수다. 제품에 따라 글루콘산 아연, 구연산 아연, 아세트산 아연 등 다양한 아연 원료가 사용될 수 있고, 제품 가격도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느 아연 형태가 더 좋다고 할 수 없으므로 광고성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한다.

정리하면 아연은 면역기능, 세포분열, 성장발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네랄이다. 종합비타민·미네랄 영양제에는 흔히 권장용량 이내의 비교적 낮은 용량의 아연이 함께 들어 있다. 고함량 아연은 감기, 노인성황반변성 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함량 제품은 전문가와 상의하여 섭취량과 기간을 정한다.

[헬스조선]

정경인 약학정보원 학술팀장.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의약정보회사 ㈜킴스 학술팀장을 거쳤으며, 대한약사회 학술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약사교육연구회 학술부회장, 한국메디컬라이터협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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