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골프매거진]골프 아이돌에서 학구파로 변신한 이수민

조회수 2017. 7. 6. 16:31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진짜 프로로 거듭나고 있는 이수민을 만났다.

톡톡 튀는 개성과 빼어난 기량의 소유자였던 이수민.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의 이력과 곱상한 외모 덕분에 ‘골프 아이돌’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투어 4년 차로 접어든 이수민은 어딘가 모르게 많이 달라졌다. 

[사진 신중혁]

◆ 사라진 귀고리, 되살아난 열정

이수민은 2년 전 촬영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프로 데뷔 뒤 군산CC오픈에서 첫 우승을 했던 이수민은 당시에 풋풋한 새내기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자신만의 스타일도 확고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다시 만난 이수민은 낯설었다. 한때 대히트를 쳤던 박지윤의 ‘성인식’ 노래를 흥얼거리는 듯 “난 더 이상 미소년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2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냥 모자 쓰고 촬영하면 안 될까요”라며 덥수룩한 머리를 멋쩍게 쓸어 올리는 모습부터가 확 달라졌다. 유러피언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수민은 “외모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서 머리를 손질할 시간도 없다”라고 무뚝뚝하게 답했다.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하고 의상 콘셉트를 잡는 동안에도 특별한 요구가 없었다. 다소 무심한 표정에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행동했다. 그렇다고 러블리한 ‘남친 룩’을 소화하지 못한 건 아니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수민의 얼굴과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사진작가의 주문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한 덕분에 촬영은 일찍 끝났다.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이수민을 이토록 변하게 만든 건 바로 상황이었다. 이수민은 국가대표였던 2013년 군산CC오픈에서 귀고리를 하고 당당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신세대 골프 아이돌의 등장을 알렸다.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 스타일리시한 옷차림은 골프 아이돌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14년 말 프로로 전향하면서 그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됐다. 이수민은 “프로 무대로 진출한 뒤 골프에 조금씩 더 신경을 쏟고 있다. 외국 시합도 많으니까 점점 더 외모에 신경을 덜 쓰게 됐다. 골프에만 집중하고 있다. 골프 선수는 골프를 잘 해야 멋있다고 생각한다”며 달라진 가치관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고 염색을 하고 스냅백을 쓰는 등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결코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선수들이 있어야 팬들이 봤을 때 더 재미있고 투어도 풍성해진다는 것. 다만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수민은 “아마추어 때는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제일 잘 쳤다고 자신만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골프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많았고, 패션과 스타일 등 골프 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우습다. 귀고리 같은 것도 골프 선수랑 안 어울리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유럽 무대 진출은 이수민의 생각을 더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이수민은 “외국 투어에는 잘 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다른 세계를 경험하다 보니 중학교 시절 느꼈던 골프에 대한 뜨거웠던 열정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요즘에는 80% 이상 골프에만 집중한다”며 “의식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바뀌었다. 예전의 모습을 지금 보면 날라리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골프 선수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한 게 제일 멋있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수민은 지난해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 우승으로 골프 인생이 180도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이수민은 “유럽 무대에서 정말 많이 느꼈다. 외국 선수들의 체계적인 자기 관리 등을 보면서 ‘어떡하지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부분들이 골프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다시 되찾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 보물 1호 들고 유럽 투어 Go

유러피언투어 2년 차가 된 이수민은 넓어진 무대, 달라진 경쟁자, 더 커진 목표에 직면했다.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를 택하고 있다. 코치와 캐디부터 바꿨다. 이수민은 고교 시절부터 몸담았던 지산 아카데미를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제이미 고그 스윙 코치를 영입했다. 캐디백은 영국 출신인 제임스 넬슨에게 맡겼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동반자를 동시에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수민은 “유러피언투어가 주 무대라 투어 특성에 맞게 칠 수 있는 스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캐디를 바꾼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며 “아무래도 유럽은 코스 상태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항상 바람이 많이 불고, 러프도 길어서 공을 낮게 쳐야 하고, 스윙도 가파르게 쳐야 한다. 또 쓸어 치는 것보다는 날카롭게 치는 것이 좋다. 이런 부분 때문에 유럽 무대에 있는 코치가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고그 코치는 앤디 설리번 등을 지도하고 있다. 항상 대회장을 방문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스윙을 점검하고 레슨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수민은 고그 코치를 만난 뒤 스윙이 많이 달라졌다. 스윙 분석 시뮬레이터인 트랙맨을 활용한 스윙 점검도 달라진 부분이다. 그는 “고그 코치는 트랙맨을 활용해 선수들을 지도한다. 외국 선수들은 대부분 트랙맨을 가지고 다닌다”며 “이전까지는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더 나은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작정 연습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트랙맨을 샀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당연히 트랙맨은 이수민의 보물 1호다. 짐을 꾸리거나 연습장에 나갈 때 가장 먼저 챙기는 장비가 트랙맨이 됐다고. 트랙맨을 통한 구체적인 기술 변화를 물어보자 이수민은 “얼마를 들여 배우고 습득한 부분인데 알려줄 수 없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답변을 거부했다. 이수민은 지난 4월 매경오픈이 끝난 뒤 트랙맨 사용법을 숙지하는 등 변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비록 직접 들을 수 없었지만 이수민의 스윙 변화는 올 시즌 TV 중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으로 무대를 넓힌 이수민은 세계 랭킹 50위 진입이라는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지금 세계 랭킹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과한 목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굵직한 유럽 대회 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한때 68위까지 올라갔던 이수민의 세계 랭킹은 2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러피언투어의 세계 랭킹 배점이 높기 때문에 2승 이상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KPGA 코리안투어 출전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국내 대회는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우승 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 시즌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다. 세계 랭킹 50위 진입을 목표로 잡았기 때문에 꼭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입을 꽉 다물었다.

◇이수민 Talk+

Q :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은.

이 : 쉴 때는 편한 트레이닝복을 선호한다. 청바지에 흰색 셔츠 정도. 평소에도 가장 편하고 무난하다.

Q : 여자 친구를 만날 때는 어떤 종류의 옷을 입나.

이 : 저한테 많이 맞춰주는 여자 친구(연상)라 무슨 옷을 입어도 잘 받아준다. 골프 의류를 입고도 편하게 만난다.

Q : 옷 구입을 직접 하나.

이 : 아웃렛 같은 곳에 가서 한 번에 왕창 사는 편이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그냥 보고 제일 무난한 걸로 구입한다.

Q : 코스에서 화를 푸는 방법은.

이 : 클럽을 내리치며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순간 화를 내더라도 빨리 잊고 다음 샷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Q :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독특했던 선수가 있다면.

이 :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캐디한테 욕을 하는 선수도 봤다. 선수의 성격을 아니까 캐디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더라.

Q :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은.

이 : 다음 샷을 할 때 영향만 끼치지 않는다면 화날 때는 확실히 화를 낸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있다. 표현하지 않고 쌓아두면 더 안 풀리는 경향이 있다.

Q : 유럽 무대에서 만난 선수 중 롤모델이 있다면.

이 : 한 명을 콕 찍기 힘들다. 유럽의 톱 플레이어들은 다 자기 관리를 잘한다. 플레이 부분보다는 자기 관리 측면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

Q : 외국에서 연습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지내나.

이 : 친한 친구들과 통화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즐겨 본다. Q : 전 세계를 돌면서 투어를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음식이 가장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됐다. 대회장 근처에 한국 음식점이 있으면 일주일 내내 그 식당을 찾는다.

Q : 꼭 챙기는 밑반찬이나 비상식량이 있나.

이 : 고추장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냥 있는 대로 먹는다.

Q : 투어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나 장소가 있다면.

이 : 영국이 좋았다. 버킹엄 궁전도 가봤는데 분위기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Q :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

이 : 원래 스코틀랜드였는데 지난해 알프레드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 때 방문했다. 지금은 딱히 없다.

Q : 스코틀랜드는 골프의 발상지인데 첫 느낌은.

이 :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세인트앤드루스 도시 자체가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같았다. 비록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플레이 자체로도 황홀했다.

◇이수민 profile

생년월일 : 1993년 10월 12일

신체조건 : 180cm, 75kg

프로 데뷔 : 2014년 장기 : 드라이브 샷

소속 : CJ대한통운

특이사항 : 스키 선수 출신 아버지 영향으로 스키 타다 골프로 전향

주요 경력

남자 골프 국가대표(2011~2014년)

군산CC오픈 우승(2013년 아마추어, 2015년 프로 신분)

KPGA 코리안투어 신인왕(2015년)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 우승(2016년)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