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인기나 돈만 쫓으면 주변에 3류만 모인다" (인터뷰)

뉴스엔 2017. 6. 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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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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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루프 장르는 '연기신' 김명민(44)에게도 과연 도전이었다. '반복되는 하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살 떨리는 추적 스릴러 '하루'(감독 조선호)에서 딸을 살리기 위해 반복되는 시간의 궤도를 돌고 돈 김명민은 '역대 최고로 힘든 촬영'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6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났다. '연기 마스터'란 수식어는 그만 듣고 싶다며 손사래를 치더라도, '멋과 인생을 아는 남자'라는 말엔 흡족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의 웃음을 자아낸 그는 시종일관 유쾌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 뜨거운 뙤약볕 아래의 '하루' "일 년 만에 본 '하루'… 괜찮았어요. 후회는 늘 소용없어요. 중반에 약간 느슨한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가 전력질주만 할 수는 없잖아요.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어야 하고 그런 거죠."

'하루'(개봉 6월15일)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의 상항을 반복하는 남자가 자신처럼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타임 루프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비슷한 스토리라인의 영화가 쏟아지다 보니 흥미부터 반감될 관객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이 식상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타임 루프라는 게 조금 더 특화된 소재다 보니까 비슷하면 더 티가 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영화는 정말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그 안에서 감독이나 배우들이 전부 다르니까 맛이 또 다르게 느껴지는 거죠. 우리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또 다른 게 있다면 결국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것 아닐까요. 여기 나오는 세 남자 모두 가족을 사랑하는, 운명의 장난에 걸린 인물들 뿐이에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촬영해본 적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아스팔트가 이글이글 끓는 복사열에 모든 스태프들이 고생이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잠깐만 누워 있어도 화상을 입을 정도의 열기였다. 그럼에도 그 아스팔트 위를 내달리고 구르고 드러누워 있어야 했다.

"3주라는 시간이 거의 3년처럼 느껴졌어요.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보조 출연자들과 함께 같은 상황을 조금씩 다르게 찍어야 하는 고통! 우리의 하루도 영화처럼 도는 것 같았어요. 현실과 영화가 헷갈릴 정도였죠. 어떻게 그런 그늘 하나 없는 곳을 섭외했는지(웃음). 하지만 그 3주가 우리에게 준 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죠. 배우며 스태프며 다 고생이었거든요. 특히 우리 감독님. 가뜩이나 피부가 까만데 더 타는 바람에, 케냐 마라토너가 뛰어다니는 줄 알았어요. 눈동자만 하얗게 왔다 갔다…"

■ '타임리프' 가늠 불가한 연기에 오락가락 딸의 죽음을 눈앞에서 확인한 아빠 준영 역이다. 반복되는 시간에 갇혀, 어떻게든 딸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인물이다. 연기를 할 때 영화에서 표현된 일곱 번의 타임리프의 흐름에 따라 감정의 흐름 역시 함께 흘러갔다면 좋았겠지만, 제약적인 환경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지라 어려움이 많았다.

"준영, 쉽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일곱 번 타임 루프를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 표현이 미묘하게 변화되거든요.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깨어나는 거, 무빙워크에서 뛰어다니는 거,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거, 다 장소별로 묶어서 촬영했거든요. 3개월이라는 정해진 기간 안에 촬영을 해야 하는 그 열악함 속에서 내가 체험해보지 못한 걸 미리 연기하는 게 정말 괴로웠어요. 상상만으로 연기를 하려니 가늠이 안되는 거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초반 딸의 죽음을 목격한 후의 통제 불능 상태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침착해지는 연기로 감정의 완급을 빼어나게 조절했다는 평이 많다.

"준영은 극중 민철이(변요한)보다 몇 번이나 더 타임리프를 반복한 상황이에요. 원래 이성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그렇게 더 많이 반복하다 보니까 매번 흥분할 순 없었던 거죠. 차분히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거예요. 딸 은영이가 죽어있는 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빨리 방법을 강구해 미래를 바꿔야지. 준영은 감정이 한두 차원에서 끝나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민철이보다 훨씬 집요하고 계산적인 감정으로 가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 입봉 감독, 흥행성 없어도 작품 좋다면 웰컴! '하루'는 '더 웹툰: 예고살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조감독 출신 조선호의 장편 데뷔작이다. 막상 현장에서 함께 일하면 '아 망했다' 싶은 감독들도 몇 있었지만, 조선호 감독은 달랐다. 입봉 감독이라면 무조건 피하고 보는 배우들도 많은데, 김명민은 달랐다.

"우리 감독님은 입봉 감독 같지 않게 현장 장악력이 있었어요. 배짱도 있고. 전 결정 장애 있는 사람이 제일 싫거든요. 현장에서 고민 많이 하는 감독이 딱 질색인데 우리 감독님은 결정이 빨라! 그리고 이미 반열에 올라 안정된 행보를 걷고 있는 배우들은 입봉 감독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감독이 제2의 봉준호, 박찬욱 되지 말란 법 있어? 저는 이런 거에는 열려있는 사람이에요. 항상."

연륜이 쌓이다 보니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리즈시절만 회상하면서 산다고 하지만,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남아있는 삶을 최대한 윤택하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나 하나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인생의 목표가 흥행은 아니거든요. 내가 하고싶은 작품을 하고, 죽어서도 배우였을 때 남 부끄럽지 않았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신인 시절 쥐뿔도 없을 때부터 돈 따라가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지금은 배우 생활 오래 하다 보니까 내 것만 챙기지 말고 나를 원하는, 간절히 원하는 감독님들이 계시면 그분들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어요. 조선호 감독님이 저를 발판으로 다음 영화에선 다른 장르도 해보고,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영화를 만드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연기만 신경쓰는 배우,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20여 년 연기를 한 선배로서, 자식처럼 생각하는 같은 기획사 후배 최태준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늘 정석의 배우가 되라고 말한다. 지금도 잘 되고 있지만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정석의 배우란 곧 연기만 생각하는 배우예요. 이것저것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연기만 신경쓰는 배우. 내가 인기나 돈만 쫓아가면 10년 후 내 주변엔 분명 3류들만 모이게 될 거예요. 하지만 연기라는 본질을 쫓아가다 보면 미래엔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돈과 명예 역시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고 즐겨 말해요. 조금 시간이 걸려 돌아가게 되더라도, 본질을 쫓아가면 언젠간 밝은 기운이 내게 찾아올 거라고 믿어요."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한 작품 속에서 세 개의 단역을 연기할 때도 있었다. 이젠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지난한 성장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그래서 아직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어지는 날에 연기를 그만두지 않을까요? 지금은 계속 움직이면서 새로운 걸 도전하게 돼요. 저도 무대가 없어지고 나이가 많아지면, 언젠가는 떠나게 되겠죠. 그래도 떠난다면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날래요. 가늘고 길게 가고 싶지는 않고, 한 번에 확! 정전되듯이 밝은 불이 켜질 때 떠나고 싶어요." (사진 = 김명민 / CGV아트하우스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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