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 지자체 "안전" 요구에 '귀 막은 정부'
[경향신문] ㆍ경주·기장 등 5곳, 주민보호 전담기구 건의에 묵묵부답
ㆍ정보공개·비상경보망 구축 등도 거부…주민 불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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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1호기 폐로가 안전 문제 해결의 전부가 아닙니다.”
원전 관련 정부부처와 국회, 원전사업자들이 원전의 안전 문제를 두고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원전 소재 지자체들은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한 건의가 오래전부터 묵살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북 경주시,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전남 영광군, 경북 울진군 등 원전 소재 5개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1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회,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민안전처, 교육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찾아 꾸준히 안전 관련 건의를 했으나 대부분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 정부가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원전 소재 주민과 지자체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3월) 직후인 4월26일 원전 소재 5개 시·군은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주민 보호를 위한 지자체별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하기로 의결하고 공동건의문을 채택, 행안부에 전달했다. 행안부는 그 해 5월15일 “2014년 11월 방사능·방재법 시행으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2015년 지자체 인건비 산정 시 원전 방재인력을 증원·반영하겠다”고 회신했다.
기장군 등 5개 시·군은 1개 과, 4개 계(20명) 수준의 조직 신설을 희망했으나 2012년과 2014년에 2명씩 4명의 방재인원을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어 정부가 2016년 7월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하자 5개 시·군은 지난해 9월 공동건의서를 채택하고 “원전 주변 주민의 수용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와 산업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회신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9월20일에는 원안위와 한수원에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주민의 신속한 상황전파를 위해 ‘세대별 실내 비상경보 방송망’ 구축을 건의했으나 한수원으로부터 “수용 곤란”, 원안위로부터 “한수원과 협의해 방안 마련”이란 회신만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원전 건설 당시 지질 조사결과 정보 공개, 활성단층 유무 정밀지질조사 용역 실시, 구호시설 내진설계 보강 및 국비 지원, 지진 대응인력 보강 및 원전 전담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회신이 오지 않았다. 지난 3월에도 한수원 직원 채용 시 원전 주변지역 주민 우대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인 상태다. 5개 시·군 관계자들은 “2011년엔 ‘방재인력 증원’으로 모양새라도 갖췄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수용은커녕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 문제엔 귀를 막고 있어 벽에다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고리 1호기를 멈춰 세워도 수십기의 원전이 돌고 있어 원전 주변 주민은 항상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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