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다시 도마에

고영득 기자 2017. 6. 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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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전 10기 몰려 위험도 19배…미국 기준 자의적 적용해 허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앞두고 탈원전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지진이나 해일, 화재 등 외부요인에 의한 사고 위험도는 원전 숫자에 비례합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을 논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면 부산 기장군 고리에만 모두 10기의 원전이 밀집하게 된다. 이처럼 한곳에 원전 10기가 모여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한 부지에 최대 3기의 원전밖에 없지만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왔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다수 호기 위험도 평가를 보면 원전 10기일 때 위험도는 최대 19배까지 높아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도 하지 않고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초기 원전 사고 시나리오를 적용한 현행법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인구 2만5000명인 지역으로부터 32~43㎞가량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미국 NRC가 범위를 4㎞로 완화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규정은 격납건물 내 살수기능으로 방사성물질이 대부분 제거되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 소장은 “원전이 한곳에 몰려 있지 않은 미국과 한국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며 “더군다나 미국은 규제를 완화할 때 기술적 타당성을 입증하지만 한국은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원자력안전연구소는 고리원전에서 중대사고가 일어나면 시민들이 20㎞ 밖으로 대피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도로상의 사고 등을 적용하지 않은 가장 단순한 시뮬레이션이라고 한 소장은 설명했다. 한수원은 실제 방사성물질 누출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므로 충분히 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소장은 “원전 사고는 외부와 연결된 밸브 등을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최악의 조건을 상정해 재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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