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 LA다저스


류현진이 12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했다. 지난 2013-14시즌 등판하면서 퍼펙트게임 도전을 했던 기억도 있고, 추신수와 조우했던 한국의 날 경기에서도 7이닝을 소화했던 적이 있을만큼 그간 류현진은 신시내티를 상대해서는 대체로 압도하는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 선발투수는 팀 애들먼으로 최근 3경기 21이닝을 소화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상승세에 있는 투수다. 올해 신시내티는 선발투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 중 가장 페이스가 좋다고 할 수 있다.

▶ 피홈런에 울다
 좌측부터 듀발, 셰블러, 보토의 홈런 장면. 셰블러는 게임데이 상으로는 슬라이더로 표기됐지만 커터(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은 홈런이었다.

좌측부터 듀발, 셰블러, 보토의 홈런 장면. 셰블러는 게임데이 상으로는 슬라이더로 표기됐지만 커터(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은 홈런이었다. ⓒ 정강민


1회를 깔끔히 막은 류현진은 2회 선두타자 애덤 듀발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최근들어 2회에 실점을 허용하는 장면이 잦은데 이날도 실점을 허용했다. 그 다음 타자인 수아레즈에게 안타, 셰블러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다음타자 호세 페라자까지 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위기가 지속됐다.

하지만 후속타자 3명을 번트아웃과 삼진 2개를 곁들여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다. 보토 못지않게 경계해야할 타자들을 막지 못하면서 초반 3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여기에 보토도 홈런을 쳤다. 3회 코자트를 잡아내고 만난 보토가 90마일짜리 바깥쪽 패스트볼을 잘 밀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4회에는 체인지업으로 하나, 커브로 두 개의 삼진을 잡았다. 4회에만 25개를 던져 투구 수 관리가 안된 부분은 있었지만 4회까지 투구 수는 68구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4회 공격 때 프랭클린 구티에레즈가 타석에 들어서며 류현진의 등판은 여기까지였다. 체인지업 카드가 먹히며 안정세를 찾아가려는 듯 했었는데 끊기고 말았다.

3-4까지 쫓아가며 패전을 벗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했지만, 바뀐 투수 스트리플링이 추가 3실점을 하며 이날도 패전투수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8회 대거 6득점이 터져나오며 다저스는 역전했고 류현진의 패배는 씻겨내려갔다. 그간의 미진한 득점지원이 미안했는지 이날만큼은 패전 위기에서 구해줬다.

▶ 류현진의 어깨는 가볍게 해주지 못했지만 패전은 면하게 해준 타선

사실 이날은 선발투수 애들먼이 최근 페이스가 좋다고는 해도, 신시내티 투수진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다저스(신시내티 시리즈 평균 5.5득점)였기에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날만큼은 류현진이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2회말 선두타자 테일러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2루수 실책 상황에 2루에 안착했고, 벨린저가 2점 홈런으로 곧바로 따라붙는 점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찍 내려간 탓도 있지만, 류현진이 있는 동안에는 그 이상의 지원은 없었다. 3회에도 주자 2명이 루상에 나갔지만 무위에 그쳤고, 4회에도 출루한 주자 1명은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5회말 공격에 어틀리가 홈런을 터트리며 3-4로 추격했고 시거가 곧바로 2루타를 터트려 무사 2루의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터너-곤잘레스-테일러가 삼진-뜬공-땅볼로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특히 테일러의 타구는 3루수 옆도 빠질 수 있었던 타구였지만 수아레즈의 수비가 좋아 아쉬움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7회에도 시거(몸맞는공)-터너(안타)로 잡은 찬스에 대타 포사이드가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는데 주자들 대부분이 잔루로 남는 답답한 야구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맞은 8회, 벨린저가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고 그랜달에 안타에 이은 3연속 볼넷으로 한점을 따라붙었다. 특히 에르난데스가 13구 승부를 벌이며 볼넷을 이끌어낸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나온 코리 시거가 그랜드슬램으로 류현진의 패배를 씻어버리고 팀의 역전을 가져왔다.

▶ 새로운 어려움으로 등장한 2회, 오늘도 2회 피칭이 성패 갈라
 최근 2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류현진

최근 2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류현진 ⓒ 정강민


최근 5경기에서 2회에 모두 실점을 허용했다.(5-1-1-1-3) 최근 등판경기의 2회를 살펴보면 홈런을 4방이나 허용했다. 보어-렌돈-듀발-셰블러가 그 주인공인데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있다. 초반에는 1회와 5회에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는 2회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1회가 매우 안좋았는데 최근 3경기 마이애미-세인트루이스-워싱턴 전에서 모두 1회 실점이 없었다. 어려움을 겪던 부분을 해소한 듯한 모습인데 긴장이 풀어진 탓일까. 이젠 곧바로 이어지는 이닝인 2회가 말썽이다.

▶ 커터 피홈런과 패스트볼의 부진, 그래도 체인지업 등 변화구는 버텨냈다

오늘 커터가 처음으로 장타를 허용했다. 셰블러가 주인공인데, 지난 경기에 이어 오늘도 좋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고 말았다. 신시내티는 메이저리그에서 커터를 3번째로 잘 공략하는 팀인데 지난 경기 위터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데 이어 오늘은 홈런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커터가 효과를 보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손에 익었다고 볼 수는 없다. 홈런을 맞았던 상황에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커터를 던지는 상황에서 밸런스나 팔스윙이 흔들린 점을 지적했는데 이런 부분이 계속된다면 첫 몇 경기에는 효과를 볼 수 있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이 부분은 류현진에게 있어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pitch f/x 타자 커터공략가치 순위(상위)

1. 밀워키: 7.3
2. 시삭스: 5.9
3. 레즈: 5.7
4. 양키스: 5.5
5. 다저스: 5.4

오늘 패스트볼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경기 91-2마일 공을 지속적으로 뿌려 기대를 모았지만 오늘은 초반 구속이 대체로 88-9마일에 머물렀고 상대는 이를 파고들었다. 특히 패스트볼 공략에서도 메이저리그 6위에 올라있는 신시내티 타선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고 패스트볼에 홈런 2개(듀발, 보토) 포함 3안타를 만들어냈다.

다만 3회 이후부터는 체인지업의 비중이 높아졌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신시내티 타선이 커터가 3위인 반면 체인지업은 23위에 머물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4회 타자와의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가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효과를 봤다.

▶ 총평: 기회 움켜쥐지 못한 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사실 류현진이 지난 경기 살인타선 워싱턴을 상대로 아주 잘 싸워주면서 선발 한 자리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에다가 불펜에서 4이닝을 소화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오늘 류현진은 부진한 투구내용을 남기면서 선발진 경쟁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일단은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의 불펜 호투 때와는 다른 뉘앙스의 말을 마에다의 불펜 호투 때에는 했기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한 번 정도의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 있다. 자신에게 왔던 굳히기 찬스를 놓친 류현진이고 이 결과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다저스 코칭스태프와 수뇌부만 알고 있다.

일단 다음 등판이 선발등판이 된다면 신시내티의 홈에서 펼쳐지는 일요일(한국시간) 경기가 될 것이다. 오늘 등판 후반부에 감을 잡은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패스트볼의 위력이 다시 살아났을 경우 리벤지 매치에서 좋은 투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기회가 다 물건너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기 전까지 최근 4경기 등판이 괜찮았던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다음 선발등판에 날카로운 모습을 다시 회복한다면 이 등판 결과는 상쇄될 수 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이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로버츠 감독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한 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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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류현진 선발등판 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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