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쪽방 사는 것도 서러운데.." 서울 쪽방촌 체험 '가난 상품화' 논란

김도균 기자 입력 2017. 6. 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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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쪽방이란,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거주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중구의 '쪽방촌 체험'이 정작 주민들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2015년 논란이 됐던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체험 역시 비슷한 지적을 받아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인천 동구청은 괭이부리마을에 1박에 1만 원을 내면 쪽방촌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성격의 '쪽방촌 체험관'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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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쪽방이란,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거주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최저 주거 기준 미만의 공간인 쪽방이 모여 형성된 마을을 '쪽방촌'이라고 일컫습니다. 1960년대부터 형성된 쪽방촌은 도시 빈민 주거 형태의 하나이자 부대시설이 없는 빈곤계층을 위한 저렴한 주거공간으로 전국 곳곳에 분포해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중구에서 주민들 몰래 '대학생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 "더 나은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계기"…'쪽방촌 체험'이 뭐기에

서울시 중구에는 38개 건물에 900여 개의 쪽방이 있습니다. 주민은 약 800여 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65세 이상 홀몸 고령자 등이 대부분입니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 1일 쪽방촌을 대상으로 '캠퍼스 밖 세상 알기-작은방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관내 남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중구 내 쪽방촌에서 2박 3일간 쪽방 숙식 체험, 폭염 대비 순찰, 각종 후원 물품 나눔, 쪽방 주민 말벗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의 고충을 공감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쪽방과 같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루만져주는 체험을 해 더 나은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주민들은 들어본 적 없는 우리 동네 체험?

그런데 중구의 '쪽방촌 체험'이 정작 주민들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체험 시행일인 다음 달 3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중구청 측은 쪽방촌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체험 신청자를 받고 나서 진행되는 설명회는 '통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쪽방촌을 체험한 학생들이 봉사 소감이나 체험수기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면, 주민들 얼굴이 여과 없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 '가난 상품화' 논란에 '스펙 쌓기 동원' 논란까지

가난을 체험한다는 중구청의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15년 논란이 됐던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체험 역시 비슷한 지적을 받아 무산된 바 있습니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되는 인천 동구 괭이부리 마을은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꼽힙니다. 인천 동구청은 괭이부리마을에 1박에 1만 원을 내면 쪽방촌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성격의 '쪽방촌 체험관'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동구청은 타지에서 부모와 함께 동구를 찾은 아이들에게 숙박의 기회를 줘 옛 생활 모습을 경험토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거세졌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뒤늦게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우리가 무슨 원숭이냐"며 "지자체가 가난을 상품화해 쪽방촌과 마을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며 반대 성명서를 제출했습니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동구청 측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프로그램은 무산됐습니다.

중구청이 추진하는 대학생 쪽방촌 체험을 두고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에 쪽방촌 주민들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쪽방촌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아닌 데다가, 체험을 마치면 발급되는 봉사활동확인서를 위한 '수박 겉핥기'식 참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구청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런 논란에 대해 "주민 대상 설명회는 아직 개최하지 않았다"며 "반대여론 때문에 내부에서 사업 자체의 추진 여부를 재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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