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세계적 IT기업들의 무덤 중국, 이유는?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이제는 미국의 정보통신(IT)기업이 중국 IT기업을 베낀다고 ‘미국’의 유명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매체가 이렇게 보도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매체가, 그것도 미국 최고의 경제지인 WSJ이 이렇게 보도했다.
WSJ은 최근 창업한 라임바이크(Limebike)가 중국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인 오포(Ofo)의 앱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미국 IT기업의 상징인 애플도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위챗(WeChat)’을 거의 그대로 베낀 ‘i메시지 챗’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기술을 도둑질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반대다.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국 IT기업의 약진은 이뿐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IT기업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애플 그리고 구글일 것이다. 그런데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중국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것이다.
애플의 지난 1분기 중국 매출은 14% 떨어졌다. 1분기 매출이 준 시장은 중국뿐이다. 그뿐 아니라 5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애플의 고전은 중국 내의 경쟁업체인 오포, 비보, 화웨이 등의 선전도 있지만 이들은 아직 애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결정적인 것은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위챗이라는 앱 때문이다.
한마디로 ‘왝더독(Wag the dog)’이다. 왝더독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주객전도'란 뜻이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우할 때 이 말을 쓴다. 앱(꼬리)이 휴대폰(몸통)을 흔드는 격이니 왝더독이란 말이 안성맞춤이다.
위챗은 중국 최대규모의 IT기업인 텐센트가 개발한 앱으로 처음에는 메신저로 시작했으나 차차 영역을 넓혀 현재는 모바일 결제, 계좌이체 등 거의 모든 것이 다 된다. 사실상의 미니 운용시스템(OS)이다. 사용자가 10억 명에 이를 정도로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위챗은 안드로이드(삼성 갤럭시) 기반이나 iOS(애플 아이폰) 기반 모두에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은 사용자들이 아이폰의 운영체계에 이미 익숙해져 안드로이드 기반인 갤럭시 등으로 이동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다 되는 앱인 위챗이 안드로이드 기반이나 iOS 기반에 상관없이 모두 작동된다. 때문에 아이폰에 충성을 할 필요가 없다. 실제 지난해에만 중국의 아이폰 사용자의 절반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으로 갈아탔다.
현존 최고의 IT기업인 애플이 중국에서는 힘을 못 쓸 정도로 중국 IT업계의 진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IT기업들이 원천기술에는 약하지만 응용기술에는 탁월하다는 방증이다.
구글도 중국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최근 구글은 바둑의 고향 중국에서 금세기 최고의 이벤트를 펼쳤다. 알파고와 커제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인들은 자신의 집에서 펼쳐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중국에서 대국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알파고의 개발사는 ‘딥마인드’다. 딥마인드는 구글의 자회사다. 결국 구글이 대국을 개최한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현장을 생중계할 수 없었다.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0년 초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반발해 중국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바둑 팬들은 우회접속(VPN)을 통해 유튜브 등에서 이번 대국을 지켜봐야 했다. 구글은 대국 전에 구글 사이트를 통해 현장을 생중계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에 요청했다. 중국 당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중국 정부가 구글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였다.
아마도 구글은 철수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구글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중국은 압도적인 인구로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란 사실을.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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