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협력사 부도떠민 김성주 MCM..12년째 '같은 금액 마진' 줬다

김민석 기자 입력 2017. 6. 12. 06:40 수정 2017. 6.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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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올라도 12년째 '정액제' 이유묻자 '묵묵부답'
주요패션 모두 '정률제' 운영 "협력사와 마진율 협의"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생산 가방브랜드를 보유한 주요패션기업 중 협력업체들에 '정액제'를 적용한 곳은 성주그룹의 MCM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패션부문·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LF·코오롱FnC·세정 등은 협력업체에 마진(대금·수수료)을 지급할 때 자재비·공임에 합의한 비율을 곱해 산정하는 '정률제'를 적용했다.

협력업체들에 10여년 넘게 정액제를 강제해온 성주디앤디 측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공식 입장자료를 내놓으며 정률제가 불합리하고 정액제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액제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때 원청업체가 공임·판매가격 변화와 관계없이 제품 유형과 등급별로 같은 금액을 정해두는 방식이다.

◇ 주요쟁점 떠오른 '정률제vs정액제'…성주 "정당하다" 주장 12일 성주디앤디와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공정위에 제소한 내용 중 주요 쟁점은 성주디앤디가 정률제(원가 대비 약 17%)를 적용하다가 2005년 10월부터 정액제로 변경해 협력사들의 마진이 12년째 고정됐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에스제이와이코리아 등 4개 업체는 성주디앤디에 가방·지갑 등을 납품해오다 누적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 처리됐다. 공정위 신고 주체인 맨콜렉션은 성주 측과 거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성주디앤디와 협력업체 양측으로부터 확인한 마진 정액은 Δ여성용핸드백 A등급 9500원 ΔB등급 1만500원 ΔC등급 1만2100원 Δ남성용 가방 A등급 1만500원 ΔB등급 1만2100원 ΔC등급 1만3800원 Δ지갑 남성용 2400원 Δ여성용 4200원 등이다

맨콜렉션·에스제이와이코리아 측은 "MCM 브랜드 고급제품을 취급하게 되면서 원가가 오르고 공정도 어려워졌지만 성주 측이 정액제를 12년 간 유지해 회사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졌다"고 성토했다.

맨콜렉션 관계자는 "정액을 측정한 항목 중에 철형·포장비의 경우 성주 측에선 지갑200원·가방 700원으로 측정했으나 공임시 실제 비용은 지갑700원, 가방2000원~2500원이어서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들의 공식 자문기구인 'APEC기업인자문회의' 개막 총회에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News1 2017.4.27/뉴스1

이에 대해 김성주 대한적십자 총재 겸 성주그룹 회장의 성주디앤디는 공식입장을 통해 1차 협력회사들이 들이는 공임이 동일해도 가죽원단의 가격이 상승하면 지급하는 보수가 상승하게 된다며 오히려 정률제가 불합리한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성주디앤디는 정률제를 적용하면 저가 원단과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하도급업체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단가가 적용된다며 정액제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요 패션기업들과 협력업체 대표들은 '1·2차 협력회사'를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관리만 맡는 업체도 있지만 맨콜렉션·에스제이와이코리아는 관리업무뿐 아니라 생산공장도 운영하는 임가공 업체여서다.

맨콜렉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샘플을 만들고 제품 생산이 가능한 임가공사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관리만 한다고 볼 수 있나"라며 "MCM 본사에서 나온 반박 내용을 보면 대부분 거짓말에 약간의 사실을 섞어놓은 궤변"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리자 성주디앤디 측 관계자는 "에스제이와이코리아 등 일부 업체가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맞긴 하다"며 "생산라인을 갖춘 곳에는 임가공비를 별도지급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에스제이와이코리아 대표 등이 관리 업무에 대한 비용이 적다고 주장한 것이기 때문에 관리업무 위주로 공식 입장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 News1

◇공식반박에 '제 발등 찍기' 요소…업계 "정액제 12년 비상식적"

특히 성주디앤디는 공식반박문에서 '정률제로 적용하더라도 원가가 낮아지거나 마진 비율을 낮게 정하면 하도급업체에 불리할 수 있어 꼭 유리한 방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제 발등 찍기'일 수 있다고 봤다. 10여년 동안 물가가 상승하면서 평균 원가도 계속 올랐으며 명품브랜드를 지향하는 MCM의 경우 원가와 공임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높았지 낮은 경우는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률제 경우 브랜드 본사와 하도급업체가 일반적으로 10%~20% 사이에서 마진율을 협의하게 되는데 '갑질'로 비칠 수 있어 마진율을 눈에 띄게 낮출 순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A사 관계자는 "내용을 살펴봤을 때 패션브랜드가 정액제로 12년간 유지해왔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MCM처럼 고급가죽을 사용한 제품이 많을 경우 관리비 등 기타 비용도 많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패션브랜드 대부분 협력업체와 협의를 통해 정률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 고정된 정액제로 12년을 유지했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동종업계에서 불거진 민감한 논란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는 관계자도 많았다.

C사 관계자는 "정액제는 원청업체에 유리한 방식인 건 맞는 거 같다"면서도 "브랜드 본사를 모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어 성주 측 입장도 이해가 충분히 간다"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가방 물량이 많지 않아 정률·정액제가 아닌 스타일별로 각각 원가와 공임을 정하고 있다"며 "MCM 브랜드의 경우 고급 가방 위주에 물량도 많아 관리의 편의를 위해 정액제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E사의 경우 전체적으로 정률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한 가방브랜드에서 정액제 요소가 다소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성주디앤디와 달리 공정의 난이도를 세분화해 2만2000원부터 3만80000원까지 500원 단위로 30단계 정액으로 나뉘어 운영해 정률제에 가까웠다.

E사는 아울러 원재룟값과 공임의 변동사항 등을 브랜드 본사에서 부담하고 있고 매년 협력업체와 협약서를 재작성해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사 관계자는 "본사와 협력사는 서로 소통하고 존중해 유대감을 형성해야하는데 수년간 갈등이 쌓여 골이 깊어진 듯 하다"며 "생산환경이나 주문 수량 등 업체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상호 협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률제로 변경해달라는 협력업체의 요청을 뒤로하고 12년간 정액제를 유지한 이유를 성주디앤디 측에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재 성주디앤디 공정위 제소 건은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두 차례 조정절차가 진행됐으나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ide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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