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못 미더운'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박병률 기자 2017. 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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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조사명단에 비정규직 넣고 현장조사 땐 인력 더 많이 배치
ㆍ조사업체들, 허위 답변 요구…“평가점수 ‘98~99점’ 수두룩”

ㄱ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고객만족도 조사를 위한 조사명단으로 제출했다. 실사업체가 현장조사를 나오기 전에는 설문조사의 1.5배 되는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시켰다.

설문조사가 끝난 뒤 과장급 인사는 설문조사 요원과 식사를 하면서 “내일은 어디로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공공기관은 2016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등급인 ‘S’를 받았다.

김모씨는 ㄴ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부터 “설문조사 대상자로 선정됐으니 해당기관의 친절도와 전문성 등에 대한 답변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나는 ㄴ공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기관의 행사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직원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 답변을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그러자 조사업체는 “다른 기관들도 다 그런 식으로 한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 공공기관은 2016년 조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인 ‘A’를 받았다.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가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사대상과 조사기관, 실사기관이 너무 많아 조사가 일관성 있게 진행되기 어려운 데다 공공기관들이 고객만족도 조사를 중시하면서 조사를 조작하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고객중심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223개 공공기관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를 매년 벌이고 있다. 1999년 공기업을 대상으로 최초 실시된 이후 2004년 준정부기관, 2005년 기타공공기관으로 확대됐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설계하고 능률협회컨설팅·리서치랩 등 4개 업체가 주간사업자, 한국갤럽 등 10개 업체가 실사업체로 참여한다. 전체 사업비만 30억~40억원으로 리서치업계의 최대 먹거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 간 과열경쟁이다.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는 경영평가에 반영되면서 수백만원의 성과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공공기관을 홍보하는 데도 적극 활용된다. 그러다 보니 각 기관들은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사대상과 선정방식에도 허점이 많다. 명단은 공공기관이 직접 선정해 주관사에 넘겨주는 데다 223개 기관에서 넘어온 명단은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관사는 이들을 추려 전화 8만7000명, 현장 2만9000명, e메일 1000명 등 11만7000명의 표본을 선정한 뒤 10개 업체가 두 달에 걸쳐 조사한다. 조작이 생길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 2006년 도로공사는 고객만족도 조사 때 직원들을 동원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고객의 명단을 공공기관이 넘겨주니 사실상 공공기관은 누가 조사를 받는지 알고 있다”며 “고객만족도 점수는 공공기관에만 제공되는데 98~99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에 성실하게 고객명단을 제출하고 조사에 응하도록 관리 중”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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