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왜 '강경화 낙마'에 목매나?

2017. 6. 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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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당, '약한 고리' 강 후보에 총공세
자질 시비·도덕성 의혹 여전히 '찜찜'
인사 논란에도 대통령 지지도는 고공행진
지방선거까지 여권 페이스에 말릴까 우려

[한겨레]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강경화는 정말 왜 안 된다는 거래요?”

연일 야당이 순번 짠 듯 돌아가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자, 여당의 한 당직자가 야당 출입기자를 붙잡고 반대 속내를 통 모르겠다며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야당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반대로 국회에 발이 꽉 묶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야당이 돋보기로 개미 들여다보듯 살피며 ‘총력 낙마’를 선포한 대상자는 여성에 비고시 출신인 강 후보자 한 명이다.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자유한국당이 ‘5·18 정신’을 언급하며 부적격을 주장할 정도로 반대 명분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11일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의견은 어떤 법 해석과 논리를 선택했느냐의 문제라 반대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야당은 “이력이나 전문성에 비춰볼 때 적임자는 맞다”면서도 “우리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왜 꼭 김 후보자를 고집하느냐. 다른 사람은 없느냐”는 식의 다소 궁색한 반대 논리를 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화력은 자연스럽게 강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딸의 고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장관 지명 뒤 딸의 증여세 납부 등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배제 5대 원칙 중 2가지에 걸리는 데다, 위장전입 경위 등에서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다 거짓말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북핵·4강 외교·안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과거에도 외교부 장관보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힘이 실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강 후보자는 장관이 되기에는 부적격하다. 오히려 유엔에 있었으면 더 큰 일을 했을 사람을 잘못 데려왔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등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 정도로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되면 낙마한 사례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그렇게 했다”며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절반 정도만 맞는다. 낙마한 것은 맞지만 후보자 개인의 문제보다는 ‘불통 인사’, ‘인사 강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후보자를 주저앉히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7~8일)를 보면 강 후보자의 자질·도덕성 적격 응답은 32.9%, 부적격 응답은 38.9%였다.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적격보다 부적격 여론이 더 높다. 다만 대통령의 지지도를 흔들 정도로 여론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80%를 훌쩍 넘는다. 청와대로서는 여론의 지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당은 12일 오후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협조를 구할 예정인 추경안 편성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 후보자 처리 문제 등과 연동시켜 판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이 역시 말처럼 쉬운 상황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등은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이 정한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는데, ‘일자리 추경’이라는 네이밍이 워낙 강력해서 여론의 압박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의원은 “당장 일자리 늘리는 데 돈을 쓰겠다는데 야당에서 국가재정법 때문에 반대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정부조직법안도 막상 반대하려 해도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권들의 정부조직 개편에 견줘 소폭인 데다, 미래창조과학부처럼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부처까지 그대로 존속시킨 마당에 무작정 반대한다면 ‘발목에 손목까지 잡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자신의 인사 원칙이 깨진 것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며 국회의 양해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야당으로서도 인사청문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한다. 14~15일에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의 인사청문회는 ‘25전25승 불패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야당이 무작정 버티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보수·진보정권을 망라한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 후보자 임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 것도 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김영삼 정부의 한승주·공로명·유종하, 김대중 정부 시절 이정빈·한승수·최성홍, 노무현 정부의 윤영관·송민순,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김성환 전 장관은 “강 후보자는 오랜 유엔 고위직 근무와 외교활동을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라며 “신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 강 후보자가 조속히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돼 이런 주요 외교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우리나라의 국익 수호 차원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 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했다.

야당으로서는 사실상 모든 실탄을 쏟아부으며 공격한 강 후보자를 지금 시점에서 ‘손절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총력전을 펴고도 본전도 못 건진다면 자칫 내년 지방선거까지 청와대와 여당의 국정운영 페이스에 끌려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차기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는 6월 말(바른정당), 7월 초(자유한국당) 전당대회까지 이 문제를 쟁점화하며 보수층 결집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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