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불매운동 하지 말아주세요"

김영주 2017. 6.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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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들 호소
오너 리스크에 애꿎은 가맹점주 피해만 커져

“제발 불매운동 하지 말아주세요.”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들이 울상이다. 최호식(63)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논란 이후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점주 A씨는 “불황에 조류독감(AI)까지 겹쳐 그러잖아도 장사가 안됐었는데 (성추행 논란)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중소도시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이번 주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두마리 1세트가 하루 50개는 나갔는데, 지금은 30개도 팔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호식이는 특히 점주 마진이 박하다. 닭 1마리 공급가가 5000원으로 2마리에 1만원”이라며 “1만8000~2만원 하는 한 세트 팔아봤자 2000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가 하루 10만원 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더 속이 탄다. B씨는 “시간이 지나 사건이 잊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추행 논란을 불러일으킨 CCTV 영상이 알려진 지난 5일 이후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만 10년 했다는 점주 C씨는 “주문을 받고 닭을 튀기는 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호식이는 못 먹겠다’고 취소하는 손님도 있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C씨는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며 “제발 불매운동은 안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가 타는 가운데 점주들은 회사만 바라보고 있다. C씨는 “만약에 우리가 잘못 했으면 벌써 문 닫게 했을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닭 공급 가격을 내려준다든지 하는 특별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식이두마리치킨측은 사건 발생 6일 후인 지난 9일 사과문을 통해 “최호식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가맹점주들을 위한 구체적인 상생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이 최호식 회장 이름이 아닌 ‘임직원 일동’ 명의로 돼 있어 논란을 빚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이틀 후 여직원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 회장을 다음주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정우현(69) MPK그룹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을 겪은 미스터피자는 이후 수십 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전국가맹점협의회 김태훈 사무국장은 “사건 이후 피자업계 인지도가 3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며 “워낙 논란이 잦다 보니 점주들은 ‘언급 자체를 안 하고 싶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앞장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혼소송 중인 부부가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떡볶이 브랜드 ‘아딸’도 오너들간 소송으로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다. 법원은 지난달 아딸 창업자 이경수 전 대표의 부인 이현경씨가 낸 상표권 침해금지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500여 가맹점은 간판을 바꾸거나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전 대표는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임영태 사무총장은 “오너가 구설에 오르면 가맹점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회원사 오너들을 대상으로 윤리 교육을 두 차례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 교육에 참석하지 않는 오너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최호식 회장은 윤리 교육을 받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평등한 관계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김 사무국장은 “점주들이 생계형이 많아 불이익을 당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000여 개에 달하지만 가맹점협의회가 구성된 곳은 20곳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폐쇄성도 논란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호식이두마리치킨은 1995년 창업한 뒤 상위 10개 치킨프랜차이즈 중 유일하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등록을 안하면 금융감독위원회에 공시를 안 해도 된다”며 “연 매출 수백억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게 되면 세금을 더 내게 되는데, 그런 걸 감수하고라도 사업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도 프랜차이즈 업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가맹본부의 보복금지 조항을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6일 공정위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도 가장 먼저 꺼낸 현안이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다. 가맹점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구매 필수 물품 실태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공정위의 조정권과 조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복 금지, 가맹사업자 단체 신고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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