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버스'에 희생 경찰관 아들 "아버지도 역사의 희생자"

입력 2017. 6. 1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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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돌아가신 경찰관 아버지를 보고 가해자라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도 엄연히 역사의 희생자였습니다."

이어 "경찰관은 상부 지시가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아버지도 민주화에 나선 학생과 시민처럼 역사의 진보를 위해 희생된 사람"이라고 했다.

정씨는 "아버지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자 희생자였다"며 "진정한 광주의 5월 정신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과정에서 숨진 모든 사람을 애도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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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희생자 인정은커녕 가해자 몰아..우리는 누가 안아주나"
고(故) 정충길씨 퇴직 앞둔 동료 대신 광주 투입됐다 참변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 버스에 치여 숨진 전남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관 정충길씨. 2017.6.11 [아들 정원영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돌아가신 경찰관 아버지를 보고 가해자라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도 엄연히 역사의 희생자였습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과 질서유지에 투입됐다 숨진 경찰관 고(故) 정충길씨의 아들 정원영(49)씨는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정충길씨는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로부터 사과를 받아 화제가 된 '5·18 버스 운전사' 배용주씨가 몰던 버스에 치여 숨진 경찰관 넷 중 한 명이다.

당시 전남 함평경찰서에 근무하던 정씨는 광주에 원정 투입됐다가 참변을 당했다. 정씨는 퇴직을 앞둔 동료를 대신해 광주로 떠났다고 한다.

원영씨가 부친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열두 살 때였다. 하지만 학창시절 내내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자세한 사정은 몰랐다. 성인이 돼서야 현장에 함께 있던 아버지 동료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었다.

그는 "공수부대가 옛 전남도청 앞에 있었고, 옆쪽에는 경찰들이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저지선을 만들었다고 한다"며 "아버지는 뒤쪽 저지선에 있었지만, 앞쪽이 무너진 사이 버스가 아버지가 있던 지점까지 밀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사람인지라 억울하기도 했지만 30여 년이 흐르면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고, 점차 반감이 무뎌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최근 TV를 통해 김이수 후보자가 배씨에게 군 판사 시절 사형선고를 내린 것을 사과하는 장면을 보고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배씨 얼굴을 TV에서 처음 봤다. 30년을 잘 참았는데 그 순간 화가 났다"고 했다.

이 감정이 배씨를 향한 분노는 절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씨는 "최루탄 가스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방향을 전환하다 사고가 났다고 들었다"며 "배씨를 '살인자'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은 상부 지시가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아버지도 민주화에 나선 학생과 시민처럼 역사의 진보를 위해 희생된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 버스에 치여 숨진 전남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관 정충길씨가 생전에 받은 표창장. 2017.6.11 [아들 정원영씨 제공]

정씨의 분노는 아버지 또한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희생된 민주화 운동 희생자임에도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 한 채 그냥 잊혀 간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또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군부를 향한 것이다.

정씨는 30여 년간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정부나 시민단체 어느 쪽에서도 아버지를 민주화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는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정씨는 "아버지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자 희생자였다"며 "진정한 광주의 5월 정신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과정에서 숨진 모든 사람을 애도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숨진 경찰관들의 유족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희생자 유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을 보며 '나는 누가 안아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한숨을 지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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