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이한열의 돌아오지 않은 유품, 시계는 어디에 있나'가 화제다.

광주 고가도로 옆 한 집에서 남아 살고 있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다. 큰 아들이 유일하게 기억할 고향집을 떠날 수 없는 어머니였다. 배은심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괜찮게 생겼으니 뭘 입어도 멋있었다"며 아들의 사진을 자랑했다. 공부도 잘해 서울로 대학을 갔던 아들은 대학 2학년 때 갑자기 위독하다며 병원에서 연락이 왔었다. 배은심 씨는 "입으로 말할 수 없을만큼 분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아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시위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고 쓰러졌다. 그해 1월 서울대 박종철 학생이 고문을 받아 숨진 사실이 밝혀진 때였다.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어이없는 수사결과는 독재정권을 향한 분노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열망하는 국민들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1987년 4월 13일 호헌조치를 발표하며 군사독재정권을 연장하겠다 밝혔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전국민적으로 확산됐고, 범민주세력이 결집하는 대규모 집회가 있기 하루 전날 연세대에서 이한열 학생이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다음날 학생을 비롯해 직장인들 모든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결국 6월 29일 군사정권은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인다 선언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한열 열사는 끝내 사망했다.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배은심 씨는 여전히 아들 물건을 버릴 수 없다며 "기념관에 보낸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 유품 가운데 시계가 없었다. 이한열의 사촌형 마대복 씨는 "병원에서 밤을 새고 있는데 어느 젊은 청년이 오더니 '한열이 형이시죠. 한열이 시계인 것 같은데 제가 주웠다. 갖다 드리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시계는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그 젊은이가 시계를 못 갖다 줄만큼 어떤 안 좋은 상황이 있지 않았나. 수배 중이라곤 확실히 단정할 순 없지만 뭔가 불안하고 쫓기고 있는 상황 같았다. 시계도 중요하지만 그 주인공은 살아있을까 안타까움과 보고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30년 전 그날 시위현장에서 이한열을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사진으로 기록한 외신기자 정태원 씨였다. 정태원 씨는 "한열이가 뿌옇게 안개가 떨어지는데 쓰러졌다. 나는 따라 들어가며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연세대학생들이 결의대회를 하며 교문 앞까지 몰려나왔는데 시위가 끝날 무렵 최루탄을 쐈다고. 정태원 씨는 "다섯명이 달라붙어서 이한열을 들고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동문들은 "중간에서 형이 인계하고 그 중간과정에서 인계자가 또 인계를 했다. 계속 서로서로 도와줬다"고 했다. 이송 당시 이한열 열사가 한 말이 있다고. 한 동창은 "'좀 쉬었다 가라, 힘드니까' 그 한마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안 떠난다고. 그는 "자신이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힘들어할까봐 그 배려를 한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계를 착용했었는지의 여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한 동문은 운동화 한짝을 줍게 돼 병원 치료를 받고 나올 때 신발이 없으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어 병원에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고.

당시 병원 홍보실장은 앨범 속 사진을 한장씩 확인했다. 박두혁 씨는 "응급실에 의식 있이 들어오는 학생은 없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뒀다"고 했다. 사진만 찍고 급히 응급실로 옮기는 바람에 시계 착용 여부는 모르겠다고.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CT를 촬영할 땐 금속을 차면 안 되기에 아마 착용을 풀었을 거라고 했다.

사촌형 마대복 씨는 서울로 올라온 한열을 돌봐준 사람이었다. 그는 "시위를 심각하게 하는 것 같아 한마디 했었다. 그러면 부모님께 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열이가 '형님같은 지성인들이, 나이 드신 분들이 안하니 우리가 일어난 거 아니냐. 저도 젊으니까 등산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애인도 사귀고 싶어요' 그 말에 내가 아무 말도 못했다"고 했다. 이한열 엄마는 "민주주의가 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발인식 때 약속했다. 아들이 하려던 거 내가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이한열 열사 주치의는 "파편이 뇌간, 중추가 다 모여 있는 부분. 호흡, 혈압을 조절하는 중추, 의식도 관계 있고 그 중추에 이물질이 들어가 부종이 와서 뇌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부검을 실시한 결과 뇌에서 최루탄 파편이 발견됐다. 경찰의 최루탄으로 인해 이한열 열사가 사망한 것이 밝혀진 셈.

하지만 당시 연세대 총학회장이자 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처벌을 안 했다. 현장에서 최루탄 쏜 사람이 많아 누가 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항의하러 가는데 경찰이 나를 구속했다"고 했다.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고 쓰러졌을 때 그를 끌어안고 있는 이는 이종창 씨였다. 그는 "경찰이 한열이를 잡으러 진격하는 상황이라 한열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은 6월 민주항쟁을 기억하는 상징적인 사진이다. 이종창 씨 또한 이한열을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한 묵직하게 남아있다며. 그는 "그 당시 한열이가 꿈꾸었던 세상이 아직 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제작진은 계속해서 이한열 열사의 시계를 찾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억압받지 않는 세상, 그 당연한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청년 이한열 열사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