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용 vs 사실상 거부..박삼구-산업은행 '뒤바뀐 입장'

2017. 6. 10. 0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호산업, 긴급 이사회 열어 ‘매출액 0.5%. 20년 상표권 사용’ 결의

-박 회장, 타 기업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한 ‘조건부 허용’ 입장

-채권단, 더블스타 의견 확인 후 주주협의회 개최…‘사실상 거부’ 해석

-3개월전 컨소시엄 허용 요구 둘러싼 박 회장-채권단 엇갈린 해석 재연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상표권 사용 허용 요청에 따라 박삼구 회장 측은 9일 금호산업 긴급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조건으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놨다.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관련 적극 협조키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조건부 허용’이라는 입장을 보였으며, 채권단은 20년간 매출액의 0.5%를 사용료로 달라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3월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요구에 대해 채권단이 내놨던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 제출시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결정을 놓고 ‘조건부 허용’과 ‘사실상 거부’로 해석이 엇갈렸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컨소시엄 구성’과 ‘상표권 사용’을 둘러싸고 박 회장과 채권단이 보이는 엇갈린 해석이 3개월만에 뒤바뀐 입장에서 재현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금호산업은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요청에 따라 금호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와 관련해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난 9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호산업 이사회는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하고, 그 내용을 산업은행에 공식 회신했다.

박 회장 측은 “타 기업의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한 시장가치, 금호아시아나그룹 외 타 회사에 대한 상표권 부여로 인한 유지ㆍ관리ㆍ통제비용 증가 및 향후 20년간 독점적 상표 사용 보장 등을 고려해 조건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더블스타와 채권단이 요구한 ‘5년 의무사용+15년 연장 가능, 매출액 대비 0.2% 고정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더블스타의 일방적 해지 가능’ 등의 조건은 “최대 20년간 상표권 사용을 보장받으면서도 3개월 전에 아무 때나 일방적으로 서면 통지를 통한 해지가 가능하다는 등 불합리한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며, 금호산업이 새롭게 제시한 조건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상표권 사용 요구에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조한 ‘조건부 허용’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박 회장 측의 새로운 상표권 사용 조건에 대해 채권단의 공식적 입장은 “더블스타의 의견을 듣고 통보 결과에 대한 입장을 주주협의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거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상표권 사용요율을 당초 제안인 매출액 0.2% 에서 0.5%로 2.5배 올렸고, 이 요율로 20년간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은 ‘독소조항’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박 회장 측의 결정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협조할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며, ‘사실상 거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조건부 허용’과 ‘사실상 거부’와 같은 양측의 엇갈린 해석은 지난 3월 28일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허용 요구를 둘러싸고 펼쳐진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채권단은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요구와 관련해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내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 제출시 재논의’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박 회장의 요구를 ‘조건부 허용’을 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박 회장 측은 ‘사실상 거부’로 이해했다.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박 회장 측의 설명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컨소시업을 허용해준다는 확답도 안 해주는데 어떤 투자자가 참여하려고 하겠냐”며 “결국 불허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이번엔 상표권 사용 조건을 놓고 박 회장과 채권단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지만, 한 가지 명확해진 것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더블스타의 상표권 사용 허용을 위해 채권단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박탈 가능성까지 들고 나온 점, 박 회장 측의 새로운 상표권 사용 조건을 감안할 때 분명해진 것은 양측의 강력한 의지”라며, “더블스타로 매각을 종료하려는 채권단과 금호타이어를 지켜 금호그룹 재건 퍼즐을 완성하겠다는 박 회장의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pdj24@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