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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호의 사서삼매경] (17) '구밀복검' 송민순을 겪고도 강경화 밀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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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0 03:00:00 수정 : 2017-06-17 11: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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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현종은 재위 초기 현군으로 칭송받았다. 점차 주색에 빠져 정사를 게을리했다. 당시 이임보라는 간신이 있었다. 황제의 눈과 귀를 가려 충신의 직언과 백성의 탄원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왕족 출신으로 책략에도 뛰어나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가차없이 제거했다. 권위를 이용하지 않고 음모를 꾸몄다. 황제 앞에서 한껏 추켜세워 높은 자리에 앉힌 다음 낙마시켰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주살되는 자들이 늘면서 선비들이 잔뜩 움츠렸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입에는 꿀, 뱃속에는 칼"이라 평했다. 달콤한 말을 하며 속으로 칼을 가는 매우 위험한 사람으로 봤다. 사후 반역죄를 쓰고 부관참시를 당했지만 19년 동안 조정을 농락하며 부귀영화를 누렸다. <당서 중에서>

새 정부의 신데렐라가 위기에 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유리구두를 잃게 생겼다. 비외무고시 출신 첫 여성국장, 한국 여성 최초 유엔 최고위직 등 국내외 유리천장을 다 깨고 다닌 여장부다. 청와대가 위장전입을 먼저 밝혔다. 능력이 흠을 덮고 남을 정도로 탁월하다고 자부한 듯 싶다. 알고보니 정동아파트 502호는 위장전입 허브였다. 친척집이라고 했다가 남편이 잘못 말했다며 핑계를 댔다. 장녀는 전 부하직원 가족과 주류회사를 차렸다. 증여세 늑장 납부와 다운계약서 의혹도 불거졌다. 거제 컨테이너 주택, 건강보험료 십만여원 혜택 등 하찮은 흠결도 드러났다. 강 후보자가 더불어 함께 갈 만한 의의가 있는지 고민할 때다. 한고조 유방이 형수와 사통하고 뇌물을 받은 진평을 크게 쓴 것은 그의 계책이 승리를 이끌어 내기 때문이었다. 조조가 장자와 조카를 잃게 한 가후를 중용한 것은 그의 책략이 나아감과 물러남에 절묘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강 후보자가 북핵 고차방정식과 사드 난수표를 풀어갈 만한 외교적 자질이 충분할까. 우선적으로 드는 의문이다.

송민순 전 장관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총선의 해에 회고록을 내고 대선의 해에 국가기밀문건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비서실장으로 영향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논란을 만들었다. 그를 믿고 장관을 맡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부관참시했다. 철저히 보수세력을 위한 폭로로 비쳐진다. 정유라가 말 타고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민주세력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송민순 건 하나 만으로도 위태로웠을 것이다. 향후 어느 정권도 이념이나 성향이 다른 이를 중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제2의 송민순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도 국가에서 이념으로 반을 가르고 내편 네편으로 또 반을 가르고 잘라내고 쳐내다보면 유진룡 전 장관의 말처럼 한줌도 안되는 사람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회전문 인사를 하고 돌려 쓰다보면 제2의 박근혜-최순실이 될 관계가 무궁무진하게 된다. 정권의 안정이 우선이기에 주로 내 사람을 쓰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이번 정권에서는 실패의 반복을 두려워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해당사자가 예상을 깼다. 한비자는 외교를 잘하는 이를 경계하라 했다. 군주의 권위를 깎아 자신을 빛내고, 쉽게 지위를 버리고 군주를 가려 섬기기 때문이다. 딱 맞지는 않지만 뼈가 있는 말이다.

외교부 장관은 빤한 자리다. 한미관계가 우선이니 미국통들이 잘나간다. 북한 문제가 끼어 있다보니 현안을 조정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어야 한다. 북미와 북핵이 외교부의 무게중심이다. 물론 유럽통이나 비외교관들이 장관을 맡기도 했었다. 시급한 안보 위기에 구태여 모험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쓸만한 인물은 결국 빤하다. 그 중에 새 정부와 결이 맞는 우리편을 골라야 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빨갱이, 종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 민주정부는 더욱 잘 골라야 한다. 안보실 위주로 대외관계를 펼쳐갈 것이고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면 누구를 앉혀놔도 송민순처럼 변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재임 중에 터뜨린다면 충격은 더욱 크겠다. 유엔에서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 오래 일했다 하니 불안한 건 사실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하나를 잃으면 반드시 하나는 얻을 것이다. 일득일실, 일실일득이다. 강경화를 고집하면 다른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강경화를 버리면 더 큰 것을 얻을 수도 있다. 교환하는 카드로도 쓸 수 있다. 모든 인사를 경탄과 감동으로 장식하지 않아도 된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키고 못나가는 자식이 효도한다. 외교안보 만큼은 진득하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는게 좋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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