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사드 배치 유보에 美불만·中압박, 외교력 첫 시험대 올라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2017. 6. 1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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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유보에 대한 미국 내부 불만의 목소리, 중국 내부 강경론 무마가 관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시행을 이유로 사드 배치 지연이 불가피해지자 미국에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중국 내부에서도 사드 배치 보류에 만족하기 보다는 ‘근본적 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자칫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안보관계 장관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한반도 안보현황과 중동 정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사드는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앞서 ‘한국 정부의 (사드 연기) 결정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성격을 규정짓고 싶지 않다”라며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게리 로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고, 철회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공식 입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신중한 공식 입장과는 별도로 미국 정계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사드에 대한 정부조치에 대해 “사드의 완전한 배치와 관련한 어떤 환경적 우려도 신속하고 철저한 검토를 통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는가 하면 딕 더빈 민주당 원내총무는 상원 세출소위에 출석해 “(배치유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작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보류 결정에 대해 사드 반대를 강하게 외쳐온 중국 내의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중국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다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일 사설에서 "사드의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중 관계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고통의 상당 부분은 한국 측이 책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실시를 예고하면서도 지난주에는 미국에 사드 배치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유보는 중국의 보복조치를 완화시키기 위한 ‘면피성 전략’일뿐이며 사드 철수 없이는 경색된 한·중 관계는 풀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일부 관변학자나 관영 매체들의 강경론을 중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7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 내에서의 사드 문제와 관련한 논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명확하다“고한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장차 있을 한국과의 사드 교섭을 앞두고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 기존 사드와 관련된 입장에서 큰 변화가 있거나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조짐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물론 상당수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교섭에서 사드 반대와 철회를 강하게 견지해나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이미 한국에 들어온 사드의 철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중국 측도 알고 있지만 한국과의 교섭테이블에서 집요하게 사드 철회를 끌고 갈 경우, 중국과의 사드 협상 자체가 장기적인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중국 내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다즈강 동북아연구소장은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보낸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압력을 이겨내고 정치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gabob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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