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알쓸신잡'의 물리학자 정재승이 작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 질문을 쏟아냈다.

9일 밤 방송된 케이블TV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2회에서 유시민 작가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정재승 교수, 김영하 작가는 MC 유희열과 함께 전라남도 순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날 '알쓸신잡' 출연진은 순천에 위치한 보성여관에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시민이 당시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폭력범으로 몰려 1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고, 이로 인해 항소이유서를 직접 작성했던 것.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탁월한 문장력과 법률가도 감탄한 논리적 구조로 회자됐다. 이에 대해 유희열은 "청년 유시민 멋있다"며 치켜세웠다. 이어 항소이유서가 인쇄물로 유포됐던 것을 언급하며 "인세를 다 받으셨냐"고 질문했다. 이에 유시민은 "불법 복제돼서 돌아다닌 것에 대해선 인세가 없었다. 다만 나중에 책으로 묶어서 낼 때는 원고료를 조금 받았다"고 답했다.

정재승도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유시민에게 "그 때를 회고하면 어떠냐"며 "본인이 그 글에 대해 언급하는 걸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시민은 "1심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았는데 사실 나는 한 대도 안 때려봤다"며 당시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나는 관계가 없는데 형사가 자꾸 만나자 그래서 만나러 갔다가 잡혀갔다"며 "내가 진술도 안 했는데 이미 주범이라 자백했다는 진술서가 작성돼 있었다. 그 때 변호사가 항소이유서를 직접 써보면 어떻겠냐 말해본 뒤 직접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재승은 유시민에게 거듭 그 항소 이유서를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작성하는 데 실제 걸린 시간은 얼마였는지, 퇴고는 있었는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이에 유시민은 "순수하게 쓴 시간은 14시간이다"며 "퇴고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유시민은 "그 게 미농지 사이에 먹지를 끼워 잘 안 나오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쓰는 거였다. 먹지에 눌려 글자가 찍히는 방식이었다. 다 쓰면 한 부는 교도소, 한 부는 법원, 한 부는 검찰청에 보냈다"며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지 200자 짜리 100장 분량이었다"며 "단편 소설 하나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시민은 "교정을 모두 머리 속으로 다 해야 했다. 드러누워서 첫 문장부터 맨 마지막 문장까지. 심지어 중간에 한자는 미리 연습해 오자가 안 나오게 했다"고 했다.

이를 들은 정재승은 "쓰고 읽어 봤냐", "내가 썼지만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냐", "그 이후 유명해지는 상황에 기분은 어땠냐"며 속사포 질문을 쏟아냈다. 유시민은 "뭘 읽어 보냐. 다 쓰면 '다 썼는데요'라며 손 들고 바로 제출했다", "잘 쓰기 보다는 할 말 다 했다는 기분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정재승을 향해 "민주화 시대에 살면서 그게 공감이 됐냐"고 반문했다.

이윽고 유시민은 "당시 변호사가 그걸 읽어 보고 우리 큰 누이를 불러서 혼자 읽기는 아까우니 좀 돌려보라고 주셨나 보더라. 그게 복사가 돼서 퍼져나갔다고 그러더라"라며 "(교도소를) 나오니까 이제 학교 선배들이 맨날 글 쓰는 일만 시키더라. 수시로 불려가서 무료 하청을 몇 년 동안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내가 그 거 하면서 글 쓰는 일로 밥 먹고 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그 생각 안 해봤다"며 창비에 단펴 소설까지 냈던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