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체부에 가면 울어버릴 것 같다"..'나쁜 사람' 노태강, 문체부 2차관 임명
30년 간 몸담았던 문체부서 쫓겨나
차관 임명 후 "문체부 정상화되길.."
“다시 문체부에 돌아가 직원들 얼굴을 보면 또 울어버릴 것 같아요.”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장 평창 동계 올림픽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체육계 일부도 바로잡을 것이다. 걱정이 앞서지만 많은 분들 의견을 듣고 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문답.
-(청와대 발표 전)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나? “여러 곳에서 전화와 축하해 주고 있는데 아직 정식 연락은 받지 못했다.”
-(청와대 발표 후) 소감이 어떤가? “저도 뉴스를 보고 소식을 들었다.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하다.”
-문체부에 가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열심히 하겠다. 장관님이 임명되면 정책 의지를 잘 받들고, 체육인들의 목소리도 듣겠다.”
노 차관은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승마특혜 의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인물이다.그는 2013년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정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민원을 전달받았다. 승마협회 내 반 박원오 파벌에 대한 비리 제보였는데 노 차관은 오히려 양측의 문제점을 모두 지적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
이후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문책성 인사이동을 당했다.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3월부터 30년간 체육행정을 해 온 그가 하루아침에 엉뚱한 부서로 전보된 거였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은 노 차관을 지목해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관심사항이었던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노 차관이 지나친 상업성을 지적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쫓겨나듯 공직을 떠났다.
노 차관은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자신의 퇴직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됐다. 그는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수없이 당한 핍박의 이유를 알게됐다. 최순실, 김기춘을 넣으니 퍼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자유롭고 창의적이던 문체부를 한순간에 몰락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 차관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최씨에 대한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재판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축구, 야구, 배구 등도 있는데 왜 유독 승마만 챙기는지 의문이었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증언했다.
공직을 떠났던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법정 증언을 마친 뒤 있었던 인터뷰에서는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이제 도인이 다 됐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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