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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역적' 이수민, 꿈을 향해 달려가는 배우…"빈 부분 채워나가겠다”

첫인상은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친구들과 맛집 탐방에 빠졌다며, 더 전문적(?)으로 먹기 위해 계모임까지 만들었단다. 학창시절 추억의 소중함을 알기에 홈스쿨링 대신 예고 진학을 택한 이수민. 고등학생 이수민일 때와 배우 이수민일 때 그는 다른 표정을 지었다. 연기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답하기 전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냉철하게 부족한 부분을 직시하고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데서 어떤 결의까지 느껴졌다.

지난달 종영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연산이라는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 이수민은 흥청의 여인들 중 상화 역으로 등장했다. 녹수의 최측근인 동시에 궁 밖에 두고 온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양면적인 인물. 극의 말미에서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더 밝혀졌다. 상화가 길동(윤균상 분)의 하나뿐인 여동생 어리니였던 것.

배우 이수민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상화를 연기할 때는 날이 서있었어요. 처음 해보는 역할이다 보니까 신경 쓰느라 더 피곤했던 것 같아요. 성격이 정말 상화 같아지더라고요. 주위에서 ‘화났니? 컨디션이 안 좋니?’라고 물어보시던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어리니가 기억을 찾으면서 제 성격도 바뀌었어요. 어느 날은 소속사 대표님께서 저에게 성격이 순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작품 속 인물의 성격을 많이 닮는 것 같아요.”

이수민은 앞서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MC ‘하니’로 출연해 인지도를 얻었다. 특유의 발랄한 성격으로 통통 튀는 진행을 선보였다. 여러 어린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끝에서 두 번째 사랑’ 거쳐 ‘역적’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역적’ 후반부까지 상화와 옥란(정다빈 분)은 어리니의 정체를 두고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이어갔다.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 길동의 대척 세력인 송도환(안내상 분)의 편에 서기도 했다. 이수민은 여기에 어릴 적 어리니를 연기한 아역의 모습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연기였다. 첫 사극 도전임에도 만만치 않은 역할. 부담도 컸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다.

김진만 연출은 이수민에게 “어리니의 감정을 네가 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리니의 마음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두 오빠 역을 맡은 윤균상과 심희섭이 많은 도움을 줬다.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아가는 어리니와 주변 배우들의 가르침 속 감정을 잡아가는 이수민. 두 사람은 참 다른 듯 보였지만 결국 같은 인물이 됐다.

차분히 역할에 임하다 보니 배우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일도 생겼다. 윤균상은 촬영 초반 이수민을 상화라고 불렀다. 그러다 어느 날 “이제는 어리니라는 이름이 입에 붙었다”라며 상화가 아닌 어리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수민은 그제야 자신이 어리니에 조금은 녹아들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흡족했다고 말할 장면은 없어요. ‘아 잘했네’ 싶었던 장면을 감히 꼽을 수가 없네요. 잘했다기보다 감정이입이 된 장면은 있어요. 상화가 어리니의 기억을 찾는 부분이요. 원래는 우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선배님들이 여기서 눈물을 흘려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직은 바로 눈물이 나올 실력이 아니라 걱정했죠.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어리니로서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었잖아요. 그때 정말 어리니가 된 것 같았어요.”

그래도 여전히 본인의 연기를 보면 부족한 점만 보인단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구체적인 장면을 물어보니 단번에 대답이 나왔다. 계속 마음속에 담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29화, 친구인 옥란이가 다치는 장면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연기가 제 생각처럼 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배우 이수민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옥란이는 상화에게 정말 친한 친구였잖아요. 그런데 화면으로 보니까 제가 아무 반응이 없는 거예요.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어요. 분명히 현장에서는 감정이 들어간 것 같았는데, 촬영된 것을 보니까 ‘내가 집중을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쉬운 장면이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아쉬움이 남는 연기였지만 찬찬히 돌이켜보면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았다. 촬영장에서 어린 편이다보니 예쁨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극 중 친오빠였던 윤균상과 심희섭이 살뜰히 챙겨준 편이었다고. 여기에 이하늬, 황석정, 안내상 등 내공 있는 선배 배우들의 가르침 덕분에 역할에 더 몰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대사를 어떻게 뱉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본 리딩 때 박준규 선배님께서 제 옆에 앉아계셨는데, 지르지 말고 차라리 눌러서 연기를 해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화를 내는 장면이지만 조금 눌러서 대사를 뱉으니까 오히려 감정이 더 사는 거예요. 그 뒤로 말씀을 적극 반영해서 연기했죠. 안내상 선배님은 현장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 대사는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라면서 디테일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주로 대본은 박준규에게 현장은 안내상에게 많이 배웠다. 특히 안내상과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연기할 당시에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안내상의 배려를 촬영이 다 끝난 후에야 전해 들었다. 그 때의 감동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

“기억을 찾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안내상 선배님이 와 계시더라고요. 사실 오실 필요가 없으셨거든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저 감정 잡는 것 도와주시려고 일부러 오셨던 거예요. ‘수민이 도와줘야지’라고 하시면서 제 시야에 계시겠다고 하셨대요. 눈앞에 선배님이 보이니까 아무래도 감정이 더 잡히더라고요. 선배님도 피곤하고 힘드셨을 텐데 정말 감사했죠.”

이수민은 연기에 대한 자기객관화가 가능한 배우였다. 듣고 싶은 칭찬이 있냐고 물으니 “연기 괜찮더라” 정도만 돼도 정말 감사하겠다며 웃었다. 외모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와서 예쁘다는 칭찬이 와 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얼굴 칭찬보다는 연기 칭찬을 듣는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연기는 매력적이에요. 살아보지 못했던 인생들을 살아볼 수 있잖아요. 제가 언제 조선시대로 넘어가서 기억을 잃어 보겠어요. 원래 꿈이 많았거든요. 경찰도, 대통령도 해보고 싶었죠. 그 모든 꿈을 이룰 수 있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물론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빈 부분이 많은데,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연기적으로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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