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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어요”

(사)디모스 정완숙 대표, 충남대 사회학과 2학년생으로 참여
"6·10 항쟁 없었다면 노동운동과 풀뿌리 민주주의 없었을 것"

(대전·충남=뉴스1) 조선교 기자 | 2017-06-09 06:00 송고
6·10 민주항쟁 당시 대전에서 항쟁에 참여했던 정완숙 ㈔디모스 대표 © News1
6·10 민주항쟁 당시 대전에서 항쟁에 참여했던 정완숙 ㈔디모스 대표 © News1

“이제는 촛불세대를 거쳐 국민 1인 주권시대가 됐어요. 6·10 민주항쟁이 없었다면 노동운동부터 풀뿌리 민주주의까지 없었을 거예요”

6·10 민주항쟁에 큰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참여, 소통을 위한 시민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정완숙 ㈔디모스 대표는 지난 4일 대전시내 한 카페에서 뉴스 1과 만나 30년전 그 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1987년 6월 15일 대전역부터 충남도청에 이르는 중앙로가 처음으로 대학생과 시민들에게 길을 내주었던 모습을 회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단다.

그는 그날의 상황을 “폭발적이었던 6월 항쟁이 잦아들고 있던 시기였다”고 돌이킨 뒤 “부조리에 즉시 분노를 분출하지 않던 충청도 사람들이 가만히 그 분노를 억제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시기에 터뜨리며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1만여 명 이상이 모인 이날의 항쟁은 사그라지던 항쟁의 불꽃에 다시 힘을 불어 넣어 전국 항쟁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와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 등으로 그해 6월 10일 전국 18개 도시에서 시위가 불길처럼 번진 가운데 대전에서도 수많은 대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당시 정 대표는 충남대 사회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학과 내 학회에서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류하던 그는 학내 문제를 계기로 자연스레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부터 독재 군부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은 1987년 6월 거리에 나서는 이유가 됐다.
·6·10 민주항쟁 당시 대전역~충남도청 대로의 모습 © News1
6·10 민주항쟁 당시 대전역~충남도청 대로의 모습 © News1

윤재영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충남대 학생들은 시민과의 접점을 찾으며 지속적인 투쟁을 벌였다. 100여 명으로 시작했던 인원이 점점 불어나자 경찰은 학생들이 학교 밖을 벗어나 시민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교내에서 억눌렸던 욕구는 폭발적으로 분출해 가도 투쟁으로 이어졌다. 대전지역 대학들이 연합해 대전역 인근 동백네거리, 한약거리 한밭식당 앞, 홍명상가, 중앙대파트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투쟁을 이어갔다. 결국 15일에는 투쟁이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대전역부터 충남도청에 이르는 대로를 점거하기에 이르자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시민들이 우리의 대열에 호응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모두들 울면서 투쟁을 이어갔다”고 소개했다. 선배들을 따라다니던 정 대표는 투쟁이 무섭기도 하고, 시민들의 외면이 외로웠다. 하지만 학생들의 뜻이 시민들에게까지 번져나가 운동권이나 일반학생, 시민들과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역사는 정의롭게 갈 수 밖에 없다”는 신념이 솟구쳤다.

정 대표를 비롯한 학생들은 시민들이 가져다준 요구르트와 김밥 등 먹거리, 최루탄에 대비한 화장지, 치약 등 사소한 것에 큰 감동을 받고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투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손수건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모금을 하면 10원, 50원 동전이 쌓여 들고 가기 힘들 정도였다. 투쟁이 끝난 뒤 충남도청 앞에는 벗겨진 시민들의 신발이 한 트럭 넘게 나왔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다.

6월 항쟁에서 얻게 된 신념과 용기는 정 대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정 대표는 6·10 민주항쟁 2년 뒤 총학생회에서 사회부장, 대전대학교대표자협의회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투쟁을 담당하는 간부를 맡기에 이르렀다. 집회에서 사회를 보며 대열에 앞장서 경찰과 대치하는 역할을 여성이 도맡아한 것은 당시에는 드문 일이었다.
6·10 민주항쟁 당시 충남대 정문 모습 © News1
6·10 민주항쟁 당시 충남대 정문 모습 © News1

정 대표는 졸업을 한 뒤에도 시민운동에 앞장서 참여와 소통을 지속적인 문화로 확산하기 위해 사단법인 디모스를 설립했다.

현재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과거가 있어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 미래가 있다”며 “6·10 민주항쟁을 통해 암울한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는 희망을 여전히 가슴 깊이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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