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불법파견' 동양시멘트에 벌금형.. '솜방망이' 논란

송윤경 기자 2017. 6. 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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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삼표시멘트(전 동양시멘트)의 홈페이지 내용 중 회사소개 화면 캡쳐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노동자를 하청업체로부터 불법 파견받아 차별을 일삼아 온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에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됐다. 20여년 동안 ‘불법파견’을 통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등 죄질이 무거움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이상원 판사)은 8일 “노동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업체(하청업체)로부터 노동자를 파견받았다”면서 동양시멘트에는 벌금 1500만원, 두 하청업체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현재 상호가 삼표시멘트로 바뀐 동양시멘트에서 안영철씨 등 110명은 강원 삼척의 노천광산에서 석회석과 고령토를 채굴해 공장에 이송하는 등의 업무를 했다. 그는 원청인 동양시멘트의 관리·감독을 받았지만 소속은 ‘동일’이라는 하청업체였다. 시멘트 생산공장 안에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134명 역시 또다른 하청업체 ‘두성’ 소속이었다.

동양시멘트의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복지 면에서 정규직과 큰 차별을 받았고 2014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저항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이들과 동양시멘트간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고 직접고용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판정 직후 동양시멘트는 동일 소속 노동자 110명을 해고했다. 이어 강원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지난해 말 민사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4년 6월 또는 벌금 4500만원’ 구형이 가능한데도 동양시멘트에 1500만원 형을 구형해 ‘솜방망이’ 처벌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검찰 구형이 나오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용우 변호사는 “동양시멘트는 파견법이 금지하는 무허가파견·파견기간 위반·파견대상 위반을 모두 저질렀고 이를 계획적으로 은폐하려 했음이 노동부 조사로 명백히 확인됐다”면서 “또한 사측은 1990년대 초반부터 수십 년 동안 불법파견 범행을 이어왔고 이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 거론된 노동자 244명보다 훨씬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 심각한 고용불안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징역형 선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양시멘트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역시 선고를 앞두고 시위를 이어가며 법원을 압박했다.

최근 법원은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의 노동법 위반 범죄에 대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동양시멘트 재판에서도 검찰 구형 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구형대로 사측에 1500만원 선고했다.

동양시멘트 노조 사무국장인 안씨는 “동양시멘트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 민사소송에서 이겨 체불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사측은 항소 후 소송을 취하한 이들에게만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약한 고리’인 생계문제를 가지고 (소송에서 빠지도록) 자꾸 회유하려 한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얼마나 이어질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노동자에게는 추상같은 칼날을 들이밀던 검찰과 법원이 수십년간 범죄를 저지른 사용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면서 “형평에 어긋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법원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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