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서의 On Stage]더 젊고 화려해진 역대급 '심멎 캣츠'

장인서 2017. 6.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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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버전 뮤지컬 '캣츠'

"인간상 투영한 메시지가 40년 인기 비결
의상·헤어스타일·군무 시대에 맞게 발전"
내한한 주요배역 배우들 남다른 자부심
이달 29일부터 9월까지 해오름극장서 공연

'캣츠' 공연 모습.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T S 엘리엇의 시에는 고양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반응하는지 세심하게 표현돼 있어요. 그의 집에 고양이가 가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우리는 무대 위에서 다양한 고양이의 성격을 연기해요. 관객들은 각자가 공감하는 고양이를 통해 자기만의 답을 얻을 겁니다."

뮤지컬 '캣츠' 공연을 위해 내한한 미국 배우 브래드 리틀(53·올드 듀터러노미 역)은 작품이 40여년 가까이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 "인간상을 투영한 메시지 덕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화려한 의상과 군무, '메모리'와 같은 인기 넘버(노래) 등 눈에 띄는 흥행요소 이면에는 고양이 세계를 통해 인간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흡입력이 자리한다.

영국 시인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원작이다. 우화적으로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삶과 죽음을 노래한다. 이번 공연은 1981년 초연 이후 2002년까지 장기 공연한 캣츠가 12년 만인 2014년 12월 영국에서 선보인 리바이벌 버전이다. 런던과 파리, 시드니, 뉴욕 브로드웨이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한 인터뷰에는 리틀을 비롯해 한때 매혹적이었던 고양이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로라 에밋(28·영국), 반항적인 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을 맡은 윌 리처드슨(24·영국)이 함께했다. 리틀은 2005년 '오페라의 유령(팬텀 역)'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 국내 팬들 사이에서 '작은 빵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특히 지난 4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더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20대인 에밋과 리처드슨은 이번이 첫 내한이다.

반항적인 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을 맡은 윌 리처드슨(왼쪽부터 시계방향),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 한때 매혹적이었던 고양이 '그리자벨라'를 연기한 로라 에밋.


한국 공연에 대한 소감을 묻자 리틀은 "다른 나라 공연과 비교해 보면 한국만큼 열정적이고 배우를 지지해주는 데가 없다"면서 "관객들의 열정과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로라는 "관객들이 열정적이라고 들었다. 단순히 공연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질까지 생각하는 전문가들이고 좋은 의미로 공연에 '미쳤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리처드슨은 "나는 무대 안팎으로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관객들 중에 공연에 맞게 분장을 하고 오시는 분도 있다고 한다. 이번 공연 중에 객석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있어서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

새 버전의 캣츠는 의상과 헤어스타일, 군무 등에 변화가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 제작진의 참여로 기본 뼈대는 그대로 유지한다. 반항 고양이 로큰롤 스타가 이제는 시대에 맞게 랩이나 힙합을 하는 식이다. 리처드슨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도 달라지고 정서도 변하듯이 변화보다는 발전이 맞는 표현 같다"면서 "공연을 한 번 봤거나, 오래 전에 보신 분이라면 그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몇 번 보신 분들은 달라진 점을 알아챌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젤리클 고양이의 개성을 더해주는 비주얼에 있다. 캣츠 대표 캐릭터인 그리자벨라는 길고 부드러운 결의 긴 생머리 가발과 눈매를 강조한 신비로운 메이크업으로 젊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달빛 아래에서 '메모리'를 부르던 모습에서 과거의 화려하고 매혹적이었던 시절을 엿볼 수 있도록 이미지에 미세한 차이를 줬다.

'캣츠' 공연 모습.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에밋은 "런던 공연에서 미국의 유명 팝그룹 '푸시캣 돌스' 멤버가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부터 그리자벨라의 모습이 바뀌었다"면서 "인기와 명성 속에서 타락한 팝스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이미지를 떠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녀의 인생을 보면 화려한 삶과 비극적인 모습이 함께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상상하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외에 쌍둥이 고양이 '코리코팻 & 탄토마일'이나,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 등 주요 캐릭터들의 분장과 가발 디자인도 업그레이드됐다. 젤리클 고양이들을 위협하는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는 번개를 연상케 하는 삐죽삐죽 솟은 레드·브론즈의 컬러를 강조한 털, 길어진 발톱으로 카리스마를 더했다.

캣츠의 매력 중 하나인 군무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를 담았기에 모든 배우는 고양이 분장과 의상을 한 채 정교한 동작과 화려한 춤을 보여줘야 한다. 리틀은 "마치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든 공연이라 연습실에도 공연장에도 항상 물리치료사가 상주한다"면서 "그나마 다행인 게 저는 선지자 고양이라 오프닝 10~15분 뒤에는 가만히 앉아 다른 배우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지켜보면 된다"며 웃었다.

'캣츠' 공연 모습.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이처럼 힘든 공연인데도 배우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에 도전한다고 한다. 리처드슨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캣츠를 보고 자랐고 참여 자체가 영광"이라면서 "공연 후 한두 시간은 쓰러져 있지만 그런 한계를 만나는 연기를 하고 나면 또 하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육체 연기뿐 아니라 감정 전달에도 신경 써야 하는 에밋은 "시간이 흐르면서 내적인 흐름을 보여줘야 하는 게 저의 과제"라고 털어놨다.

안무가 질리언 린은 군무에 있어서는 오리지널의 안무를 유지하되 캐릭터별로 현대적인 테크닉을 반영했다. 검비 고양이 '제니애니닷'의 탭 댄스 안무는 화려한 라인댄스 스타일의 전문 탭으로 수정됐다. 캣츠의 백미로 손꼽히며 장장 9분에 이르는 오프닝 군무 '젤리클 고양이들의 젤리클 노래'와 1막 후반부의 '젤리클 볼'은 쉼 없는 격렬한 안무에서 강약과 정중동을 오가는 묘미, 모던댄스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새로운 아리아가 추가됐다. 중풍을 앓는 극장 고양이 '거스'가 자신의 배우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그로울타이거와 그리들본'을 들려준다. 화려한 시절과 현재의 교차점에서 인생의 회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에밋은 "캣츠는 인간의 삶이 투영된 작품"이라면서 "고양이의 행동과 생각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 상호작용하고 서로에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해문화의전당(6월29일~7월2일)을 시작으로 7월11일부터 오는 9월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좀 더 알기=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명작 '캣츠'는 1981년 5월11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와 유명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콤비를 이뤄 만든 작품이다. T S 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를 환상적인 군무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풀어냈다. 토니상 작품상, 작사·작곡상, 조명상, 의상상 등 7개 부문 수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드라마 데스크상, 모리에 어워드 등 런던·뉴욕·파리에서 주요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입증했다. '가장 롱런한 뮤지컬(브로드웨이 기준)'로 2000년 기네스북에 올랐으나 2006년 웨버의 또 다른 작품 '오페라의 유령'이 기록을 깼다. 지금까지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1만6000회 이상 공연됐으며 7300만명 이상이 캣츠를 관람했다.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총 아홉 차례(내한 7회·한국어 라이선스 2회) 선보였으며 총 공연횟수는 1200회 이상 167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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