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모닝'→'문쌩큐' →'문연정'..큰그림 그리는 박지원?(종합)

선상원 2017. 6. 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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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 폐지 등 법률 제개정 없는 조치는 한계, 7가지 악재 직면
국회 180석 이상 확보 방안 모색해야, 개혁 위한 최우선 과제
개헌·지방선거 염두에 둔 큰 그림 그려야, 여당 의원들도 공감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애증으로 얽혀있다. 문 대통령과 관련한 ‘멘트’로 얻은 그의 별명을 보면 잘드러난다.

19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박 전 대표에게는 ‘문모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침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공격하는 멘트를 날린 탓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그는 문 대통령의 개혁조치와 인사에 대해 잇따라 지지발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이번엔 ‘문쌩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때문에 정체성을 의심 받기도 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이번에는 문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고 나섰다. 그의 고언은 민주당과 같은 뿌리인 야당 전직 대표의 충언이라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산들바람은 불지만 봄날은 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맞잡으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가 잘하고 있으니 깃발을 들고 따르라고 하면 국민도 국회도 언론도 저항한다. 적폐를 양산하는 악법의 정비가 가장 확실한 시스템 개혁, 최대의 개혁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한다. 진정한 소통과 협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파격적인 인사와 개혁조치로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지지율이 한 때 88%에 달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을 불러왔고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문재인) 태풍은 강하지만 길지 않고 태풍으로 파괴된 것들도 반드시 복구 된다고 했다. 또한 산들바람은 불지만 봄날은 간다고 했다”며 당장 7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7가지 악재로는 △김이수 헌재소장 인사 청문회 및 인준 △공공일자리 추경 예산안 국회통과 △사드 문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최저임금 인상 △아드님 취업 비리 의혹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선후보의 귀국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장관과 검찰총장 등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악재다.

◇큰 그림 그리는 박지원?

현재의 악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기인하는 탓이 크다. 그럼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 국회에서 최소한 180석 이상의 협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선택해서 이를 바탕으로 향후 1년간 악법 폐지 및 개정 등 적폐를 바로잡는 법률 제개정, 법률 정비를 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개혁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전략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촛불혁명이 요구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개혁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개혁블록을 구축하자는 얘기이다.

더불어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 등이 참여하는 국회 개혁블록을 형성해 대선 때 공통공약을 중심으로 사회대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연립정부(연정)과 잇닿아 있다. 이같은 제안은 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국회 정책 연합과 일맥상통한다. 보고서는 다음 총선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국회 정책 연합이 필요하다며 그 방식으로 단독정부를 유지한 상태에서 야당과 사안별 협력을 추진하거나 국회내 개혁연합을 구축하는 방안, 통합정부 구성을 포함한 통합 및 연정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박 전 대표가 밝힌 180석 이상 확보 방안은 보고서의 개혁연합이나 연정 구축 방안에 가깝다.

2012년 9월 대선후보 확정 뒤 당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로 부터 꽃다발 받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표 측근은 “180석을 넘는 큰 그림을 그려서 각종 악법을 폐지하고 법안과 제도를 개혁하는, 시스템 개혁을 1년 동안 열심히 하자는 거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개헌과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려 제안하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얘기가 대선 때 언급한) 샐러드볼 연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그랜드 디자이너가 없다는 박 전 대표의 지적에 여당 일부 의원들도 공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보고서 하나 채택하기 어려운 여소야대 국회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뜻이 중요하지만, 국민의당과 합당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책적으로 연대하는 문제는 깊이 검토하고 고민할 문제”라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지금은 현안을 중심으로 야권과 협력하고 있지만, 향후에 서로 그런 것에 대해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 당간에 실질적인 연대 문제가 얘기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6월 임시국회서 추경안과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면서 국회 개혁블록 주장은 더욱 더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와대다. 70%를 넘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빠져있는 청와대가 여소야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개혁블록 형성은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 당시 통합정부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연정까지 거론했던 문 대통령의 절박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상원 (won6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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