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인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51)가 7일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강제 송환돼 한국에 온 유씨는 수십억원대 횡령 및 배임 등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범죄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유씨가 사법처리가 되면 유 회장 일가 중 차남 혁기씨(45)만 남는다.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혁기씨는 559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지만 행방불명 상태다.

유섬나씨 송환은 2015년 5월 유씨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지 3년 만이다. 한국·프랑스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프랑스 경찰에게 유씨를 넘겨받은 검찰 호송팀은 이날 오전 3시26분쯤 프랑스 샤를 드골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유씨는 입국심사 등을 마친 후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유섬나씨는 인천지검 청사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유씨는 4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일한 대가로 돈을 받았을 뿐 횡령하거나 배임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유씨는 프랑스에서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 시절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한 강압적인 수사로부터 보호받을 방법이 없어 해외의 다른 법에라도 보호받고 싶었다”며 “지금은 세상이 바뀐 만큼 공정한 수사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유섬나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씨는 “죽어간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면 매일매일 물이 닿을 때마다 아픈 가슴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며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횡령·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에 대한 조사는 인천지검 특수부가 맡는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2014년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에 대한 경영 비리를 수사했다. 인천지검은 김형근 특수부장을 주임검사로 3명의 검사를 투입, 유섬나씨의 경영비리 전반에 대해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유씨는 아버지 유 회장의 계열사 (주)다판다와 (주)세모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유 회장의 사진첩을 세모그룹 계열사 운영자들에게 고가에 매입하게 해 계열사들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디자인업체인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자금을 횡령하고 수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통해 8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유씨에게 혁기씨 소재도 추궁할 예정이다.

유섬씨는 이날 취재진에게 “여러 가지 많지만 제가 일한 것들을 안 했다고 말하는 것을 절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