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자메카 '용산전자상가'..이젠 버스 노선 달랑 2개
천지개벽중인 신용산과 달리 도심 입지 못살린채 개발 소외
◆ 낡은 도심부터 재생하라 ③ ◆
4만여 ㎡의 용산미군기지 땅은 한국판 '센트럴파크'를 목표로 '용산민족공원' 조성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앰배서더호텔그룹은 1700실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 호텔 프로젝트도 착착 진행 중이다. 용산역 HDC신라면세점 앞은 관광버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철도 밑 지하도를 건너 용산역 서쪽 용산전자상가로 들어서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만그만한 낮은 상가 건물이 가득 찬 지하차도 옆길 좁은 통로로 한참을 걸어가니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고, 한눈에도 낡아 보이는 용산전자상가 건물이 등장했다. 오래된 간판과 새로 만든 간판이 뒤섞여 깔끔하지 못한 느낌을 줬다. 지나다니는 사람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아 평일 낮임에도 상권의 활기는 느끼기 어려웠다. 초기 형성된 1980년대에 그대로 멈춰있었다.
전자상가 서북쪽에는 주상복합과 고급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남쪽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이어 용산역 서쪽인 원효로4가에 최고 48층짜리 업무시설과 호텔 5개동을 짓는 복합 개발을 추진 중이다. 빙 둘러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자상가만이 섬처럼 고립된 모습이다.
용산전자상가는 청계천 세운상가에 있던 전자제품과 조명기구 점포 등이 정부시책 일환으로 1980년대 말 옮겨온 곳이다.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상가가 된 이곳의 전성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였다. 전자제품을 사려면 용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적였던 이곳의 2017년 6월은 덥고 습한 날씨처럼 답답한 광경뿐이다. 여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가에 속하는 '나진상가' 공실률은 30%에 육박한다. 대로변 목이 좋은 곳도 빈자리가 제법 보였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평일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 상인은 "주말에는 나와 있어 봤자 인건비와 전기세도 못 건져 손해"라면서 "쉬는 게 남는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러다 보니 용산전자상가 사이를 관통하는 왕복 버스 노선이 달랑 2개만 남을 정도로 대중교통 접근이 힘들어졌다. 이곳을 찾는 손님이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도 이곳을 방치해서 안 된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 최근 용산전자상가 일대 21만㎡를 중심지 재생지역으로 선정하고 최대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다른 상인 한 명은 "재생이 뭐냐"며 "뭐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돌렸다.
용산전자상가 상인이자 재생사업을 위해 상인들 의견을 모으고 있는 박종승 뉴용산거버넌스 이사는 "용산전자상가는 도심에 있는 거대한 상권이다. 마을 재생은 천천히 진행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상가 재생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바로 망할 수도 있다"며 "이곳에 종사하는 1만명의 상인과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이 지역 재생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박 이사는 "도시재생을 하더라도 다양한 부서와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용산을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 확보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 여러 부서가 함께 상인들과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기획취재팀 = 박인혜(팀장) /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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