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힘내세요" 고성·소란 朴 지지자들 어쩌나..

양민철 이가현 기자 2017. 6.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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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심리 때마다 수십명씩 큰소리.. 법원 '초긴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던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오후 7시가 되어 재판이 끝나고 박 전 대통령이 교도관 안내를 따라 퇴정(退廷)하려 하자 방청석에 있던 지지자 30여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박근혜 대통령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법정 경위 10명이 황급히 저지했지만 소용없었다. 정숙해야 할 법정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소리를 지르던 이들도 서로 “고생하셨다”고 덕담을 나누며 법정을 떠났다.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이 본격적인 심리로 접어들면서 지지자들이 법정에서 이같이 소란을 피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부는 재판 때마다 방청석에 “조용히 착석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소용이 없다.

통상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먼저 퇴정한 다음에 피고인이 나가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등이 먼저 퇴정하고, 재판부가 법정 상황 등을 체크한 뒤 퇴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이 끝나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누군가 박 전 대통령이나 사건 관계자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도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방청석에 있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박 전 대통령에게 다가오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며 “피고인이 안전하게 퇴정할 때까지 착석해 조용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청석에 앉은 일부 중년 여성이 “네”라고 답변했지만, 결국 여느 때와 같이 소란스러웠다.

법원조직법 제61조에 따르면 법정 안팎에서 폭언, 소란 등의 행위로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 위신을 훼손한 사람에게는 재판부가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심할 경우 20일 이내 감치도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 법정에 출두한 지난달 23일에는 이러지 않았다. 방청권이 추첨을 통해 배부됐고, 국민적 관심이 쏠리며 경쟁률이 7.7대 1에 달한 터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방청권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이 평일 3회 이상 열리고 증인신문 등 상대적으로 딱딱한 절차가 진행되면서 방청을 오는 일반 시민이 크게 줄었다. 대신 박 전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늘어났다. 법정 관계자는 6일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될수록 피고인 지지자들이 상당수 방청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법정 바깥도 소란스럽다. 박 전 대통령 재판 때마다 경찰과 소방 인력이 출동할 정도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주변에는 매번 100∼300명 수준의 집회가 꾸준히 열린다. 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박사모 인터넷 카페에는 “오전 9시 전에 오시는 분들은 서초역 6, 7번 출구 앞 도로에서 1인 시위 형태로 대기하시면 차량 이동 중인 대통령을 볼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은 재판이 열릴 때마다 2개 중대(120명) 규모의 경력을 배치하고, 서초소방서 등도 응급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 1대와 펌프차 1대, 구급대원 등 7명을 대기시키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마다 지지자들이 법원에 몰려오는 건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다.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수원지법 앞에는 당원들이 방청권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섰다. 지난해 7월 민중총궐기 주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방청석을 가득 메운 조합원들이 욕설과 고함을 터트리기도 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을 중계방송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5일 전국 판사 2900여명에게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에는 재판 중계 찬반 여부와 함께 특히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방송 중계를 허용할 것인지 등을 묻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녹화한 영상을 공개했다. 다만 형사재판은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따른 규칙’에 의해 녹음·녹화 중계 등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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