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가야' 홀대한 건 사실.. 삼국 아닌 四國時代가 맞아"

이선민 선임기자 2017. 6.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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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爭: 가야사 복원] [2] 김태식 홍익대 교수
지난 가야史 재조명 사업 때 1290억 예산 대부분 공사비로 써
이번엔 연구·발굴에도 비중 둬야
전라도로 땅 넓힌 건 고령 대가야
김해의 금관가야뿐 아니라 가야연맹 다른 지역도 관심 갖길

"가야사를 재조명하면 복원 사업 못지않게 연구와 발굴에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김해의 금관가야뿐 아니라 고령의 대가야 등 가야연맹의 다른 지역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국내의 가야사 연구를 대표하는 김태식(61) 홍익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복원 지시'에 조심스러운 기대를 나타내며 몇 가지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대학원생 때부터 미개척지였던 가야사 연구에 뛰어들어 '김가야'라는 별명을 얻었고 '미완의 문명 700년 가야사'(전 3권) 등 50여편의 저서와 논문으로 가야사 연구를 선도해 왔다. 경상도에 있었다고 생각되던 가야의 영역이 전라도 동부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그였다.

5세기 무렵 만들어진 고령 지역의 대가야 고분에서 나온 금귀걸이 그림을 들고 있는 김태식 교수. 김교수는“고대인이 만들었는데도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통령이 특정 역사 주제에 대해 지시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지요. 하지만 우리 고대사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사(三國史) 중심으로 연구되다 보니 다른 역사들에 대한 연구가 안 됐고, 특히 가야사가 신라사에 가려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합니다. 그동안 가야사가 우리 역사에서 역사적 실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해 온 것은 사실이에요."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것인지요.

"고조선 다음 시기의 우리 역사를 삼국시대라고 하지만 562년 대가야가 멸망할 때까지 가야도 지속 기간이나 영역에서 백제·신라에 못지않은 위세를 보였습니다. 5세기 말~6세기 초 대가야는 중앙집권이 추진돼 초기 고대국가 단계에 들어섰고요. 이런 점에서 가야를 별개의 주요 국가로 인정해서 '사국(四國)시대'로 부르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야는 초기부터 신라 일부였다는 신라의 일방적 주장이 통용돼 왔어요. 그 결과 가야는 역사 교육에서도 비중이 너무 적고 왕경(王京) 정비 사업에서도 배제되는 등 홀대받아 왔어요."

―가야에 대해서는 일본 학자들도 많은 연구를 내놓았지요.

"'일본서기' 등을 토대로 한 일본인 학자들의 '임나일본부설'은 1880년대부터 시작됐어요. 우리가 연구를 못 하는 틈을 타서 가야 지역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한 거지요. 이제는 일본 학계도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구미(歐美)의 개설서나 백과사전에는 아직도 그런 내용이 상당히 반영돼 있습니다. 일본인 학자들과 경쟁하고 세계 학계에 우리 주장을 알리기 위해서도 20여 명 정도에 불과한 우리 가야사 연구자의 인력과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가야사 재조명은 2000~2004년 1290억원이 투입돼 한 차례 이뤄졌지요.

"그때도 대부분의 예산은 복원 사업에 사용됐어요. 논문집이 몇 권 나왔을 뿐 제대로 된 연구 기반 조성이나 발굴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부디 지역 개발 사업에만 치중해서 나중에 '가야사를 이용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지역 기반인 김해 지역에서 가야사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전라도 동부 지역이 가야 영역에 들어간 것은 고령에 중심을 두었던 대가야가 이끄는 '후기 가야' 시기였습니다. 영호남의 지역 통합을 내세운다면 대가야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령은 인구도 적고, 제대로 대변해 주는 정치인도 없어요. 이왕 가야사 재조명을 추진하면 정치 논리에 빠지지 말고 학문적 관점에 충실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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