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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코너] 서울 불고깃집·대전 냉면집 '사리원' 쟁탈전

최연진 기자 입력 2017.06.07. 03:05 수정 2017.06.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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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원은 북한 황해도에 있는 시(市)다.

법정에서 라씨는 "지리적 명칭을 상표로 등록해준 특허청에 일단 잘못이 있다. 또 사리원 출신으로 월남한 사람과 자손이 300만명에 이르는데 어떻게 사리원이라는 도시 이름을 특정인이 독점하느냐"고 주장했다.

양측은 재판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사리원'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대전 사리원면옥, 96년 상표 출원 "이름 쓰지 마라"
서울 사리원 소송 "지명 독점 안돼"
특허법원에선 냉면집 승리.. 대법서 판가름

사리원은 북한 황해도에 있는 시(市)다. 조선시대 역원(驛院)이 있었던 교통 요충지로 1954년 황해도가 남·북도로 갈라질 때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가 됐다.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이 도시가 최근 서울의 유명 불고깃집과 대전의 유명 냉면집이 벌인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증조할머니가 1951년부터 대전에서 운영했던 냉면집 '사리원면옥'을 물려받은 김모씨는 1996년 특허청에 상표 출원을 마쳤다. 1992년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은 라모씨는 외할머니 고향인 사리원을 따 가게 이름을 '사리원'이라고 짓고 사리원식 불고기를 팔았다. 두 가게는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분점(分店)을 여러 곳 내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두 가게의 분쟁이 시작된 건 2015년 8월이다. 상표권을 가진 '사리원면옥' 김씨가 사리원 불고기 라씨를 상대로 '가게 이름 등에 사리원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자 깜짝 놀란 라씨는 특허심판원에 "사리원이란 명칭은 독점할 수 없다"며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맞서 김씨도 소송을 내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서 라씨는 "지리적 명칭을 상표로 등록해준 특허청에 일단 잘못이 있다. 또 사리원 출신으로 월남한 사람과 자손이 300만명에 이르는데 어떻게 사리원이라는 도시 이름을 특정인이 독점하느냐"고 주장했다. 김씨는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기 때문에 사리원이 잘 알려진 지리적 명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은 재판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사리원'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라씨가 의뢰한 업체가 40대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응답자 26.8%가 '사리원을 지명으로 알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씨가 의뢰한 조사는 20~79세 1000명이 대상이었는데 '사리원은 지명'이라는 응답은 16.5%였다고 한다.

특허법원3부(재판장 이정석)는 최근 "사리원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김씨가 가진 상표권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허법원은 판결문에서 "라씨가 스스로 의뢰한 조사 결과에서도 사리원의 인지도(26.8%)가 낮았다"며 "사리원 출신 실향민·자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김씨의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라씨는 상호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라씨가 상고해 최종 승부는 대법원에서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