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5·18 판결 논란에 "실정법 거부 힘들었다" 토로

한광범 2017. 6.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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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앞두고 서면답변.."무죄 선고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80년 광주, 성찰 계기..동시대 겪은 의원들 이해해 달라"
통진당 소수의견·사법개혁 쟁점은 적극적으로 답변해 대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이수(64·사법연수원 9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오는 7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5.18 유공자 유죄 판결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법관으로서 당시 실정법을 거스르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6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당시 전 법조경력이 짧고 경험이 일천했던 법률가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 “5.18 당시 정당행위 이유로 무죄 선고 불가능”

김 후보자는 2012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재판을) 피하고 싶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5.18 특별법에 의한 재심 무죄판결은 모두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며 “당시엔 정당행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재판을 마친 후 저는 원죄와도 같은 괴로움으로, 법의 본질과 법관의 역할, 올바른 재판의 의미에 관한 평생의 화두를 짊어지게 됐다”며 “80년 광주의 경험은 판사로서 저를 깨어있게 만들었던 빛이자 더 나은 판사가 되도록 성찰하게 만들었던 내면의 거울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이 염원했던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은 판사 생활을 하는 동안 줄곧 큰 기둥이자 버팀목이 돼 주었다”며 “같은 시대를 겪어온 의원들께서 저의 깊은 아픔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읍소했다.

◇ “정당 해산, 정치적 공론장에 맡겨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내란 관련 활동을 한 이석기 일파가 100여명 당원에 불과해 이를 정당 전체의 책임으로 보거나 통진당 전체가 이들 노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해산제도는 최후수단적 성격을 갖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 했던 당원들은 형사처벌할 수 있다”며 “정당에 대한 심판은 1차적으로는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지방선거 등의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미 통진당에 대한 비판과 논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조항 등은 상당 부분 개정됐고 엄격한 법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전면적 폐지는 국민 여론과 정치상황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국가보안법상 일부 조항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명확하게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달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보법 일부 개정 필요, 사형제 폐지 타당”

김 후보자는 사형제에 대해선 “인간의 존엄성, 오판의 위험성에 비춰 볼 때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그전에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낙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어야 한다”면서도 “원치 않는 임신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 형벌로 대처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최근 법원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과 관련해선 “사법평의회 같은 위원회나 기구를 구성해 공식 논의를 거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답했다.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해선 “직역이나 성별·출신의 다양화보다는 재판관 각자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철학의 다양화가 더욱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지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4년 넘게 재판관직을 수행하며 재판관들이 자신을 지명한 정당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 “검찰개혁, 소신 갖고 일하는 분위기가 우선”

김 후보자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는 예측가능한 인사제도의 확립, 합리적 제도 개선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검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욕구 억제를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해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오랜 기간 검토 끝에 이뤄진 입법적 결단”이라며 “(법전원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는) 입학전형 다양화, 입학 과정 투명성 제고, 교육 내실화 등 자체 개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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