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영화 '미이라'가 현대의 옷을 입고 돌아왔다. 뛰어난 비주얼과 배우 톰 크루즈의 맨몸 액션으로 무장한 이번 영화는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지만, 후반부 길을 잃고 표류하는 전개가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6일 개봉된 '미이라'(감독 알렉스 커츠만)는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절대적 존재, 미이라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를 깨워 의문의 추락 사고를 당하고, 죽음에서 부활한 닉(톰 크루즈)이 전 세계를 파괴하려는 미이라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다크 액션 블록버스터다.

'미이라'는 유니버셜의 새로운 프로젝트 다크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다크 유니버스는 '미이라'를 비롯한 유니버셜 픽쳐스의 고전 몬스터 작품들이 공유하는 통합 세계관을 뜻한다. 미이라를 비롯해 드라큘라,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 등의 몬스터들이 재탄생 돼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영화는 다크 유니버스의 첫 출발을 알리는 만큼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한다. 특히 중동 분쟁 지역에서 유물을 도굴하는 용병 닉과 미이라의 비밀을 파헤치는 고고학자 제니(애나벨 월리스)가 발견한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장관을 만들어낸다. 특히 고대 이집트부터 광활한 사막, 런던 도시를 오가며 펼쳐지는 다채로운 배경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온몸을 던진 톰 크루즈의 전매특허 액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화 초반, 닉이 동료 베일과 함께 유물을 훔치러 가다 적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앞으로 이어질 강렬한 액션을 기대케 한다. 이어 미이라가 깨어나고, 좀비 떼처럼 달려드는 미이라 군단의 기괴한 비주얼은 영화가 제시한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맞물려 무리 없이 녹아든다. 여기에 닉은 장기를 살린 각개전투로 이를 돌파해 나가며 영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을 만든다.

그러나 미이라와 닉의 대결 도중, 악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프로디지움이라는 미스터리한 조직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제니와 닉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들을 손쉽게 구해낸 프로디지움의 등장은 캐릭터들 간의 힘의 균형을 단번에 무너뜨리며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수장 헨리 지킬 박사(러셀 크로우)가 전하는 닉과 미이라를 둘러싼 비밀에 대한 장대한 설명은 지루함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무기로 손쉽게 미이라를 제압하는 그들의 반전된 분위기가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강한 힘을 자랑하며 새로운 악당의 탄생을 기대케한 미이라는 프로디지움에 허무하게 사로잡혀 그저 악을 쓰며 주저앉은 모습을 보이고, 헨리 박사는 이미 미이라의 저주에 걸린 닉을 이용해 평화를 얻고자 한다. 이때 본인의 악을 스스로 누르고 있던 지킬 박사에게 악이 발현되고 약을 제때 쓰지 못한 그가 강한 힘을 발산하면서 프로디지움은 아수라장이 된다.

이 틈을 타 강력한 힘을 갖게 할 보석이 발견되며 에너지를 얻은 미이라가 그곳을 탈출하고 닉과 제니가 함께 뒤를 쫓는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닉과 미이라의 정면 대결이라는 클라이막스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 시키고자 한다.

그럼에도 이미 동력을 잃은 영화는 닉과 제니의 로맨스로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하며 더욱 개연성을 잃게 된다. 갑작스럽게 전개된 그들의 비장한 로맨스는 닉의 모든 행동 원인을 제니로 귀결시키며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 모두를 잃게 한다. 이 탓에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야 할 미이라의 최후 또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분노한 닉의 복수극으로 전락하며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영화는 화려한 비주얼과 톰 크루즈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길을 잃은 전개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에 프로디지움이라는 미스터리한 조직은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다크 유니버스를 관통하는 핵심 역할인 헨리 지킬 박사는 그저 다음 시리즈를 위한 포석으로만 남게 돼 러셀 크로우의 뛰어난 존재감을 무색케 한다. 결국 '미이라'는 포장지는 화려했으나 다크 유니버스의 첫 출발을 알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미이라'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