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리의 여왕' 신현빈 "배우·사람으로서 열려있고 싶어"
[서울경제] 청순하면서 도도하고 시크한 매력. ‘추리의 여왕’ 속 배우 신현빈만이 가진 느낌이다. 지난 5월 25일 종영한 KBS2 ‘추리의 여왕’(극본 이성민, 연출 김진우 유영은)에서 신현빈은 지성과 미모를 갖춘 대형 로펌 하앤정의 변호사 정지원 역을 맡아 연기했다. 부족한 게 없는 엘리트 변호사이지만, 하완승(권상우 분)을 잡으려는 노력은 도통 통하지 않는 인물이다.
사랑에 서툴지만 티 내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 캐릭터가 애처로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신현빈의 차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표현법이 정지원을 마냥 불쌍한 여인으로만 비춰지지 않게 만들었다. 어쩌면 쉽게 사랑하지 못하는 현대 여성을 대변하는 정지원. 그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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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여왕’은 생활밀착형 추리 여왕 유설옥(최강희 분)과 베테랑 형사 하완승(권상우 분)이 범죄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풀어내는 휴먼 추리드라마.
최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울경제스타와 ‘추리의 여왕’ 종영 인터뷰를 한 신현빈은 실제로 부드럽고 신비로운 매력을 더한 정지원과 같았다. 극중 정지원에서 단단함을 조금 덜어내고 이제 갓 피어오른 청초한 아우라를 풍겼다. 독보적인 미모 때문인지 짧은 만남에도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올해 영화 ‘공조’와 드라마 ‘추리의 여왕’ 등 신현빈을 찾는 작품이 많아졌다. 스케줄도 한층 바빠지지 않았나? ‘추리의 여왕’ 종영 후에 계속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작품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차기작으로 또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추리의 여왕’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디션을 봤어요. 감독님 만나서 얘기하고 리딩도 했어요. 독특한 설정 속에서 지원이 캐릭터가 자주 보지 않았던 느낌이었어요. 그런 게 재미있었어요. 감독님도 뻔하게 연기하지 말고 좀 다르게 했으면 하시더라고요. 예상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닌 인물을 원하셨나 봐요. 기존의 전문직과는 또 다른 톤을 원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촬영에서도 스타일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셨어요.
-정지원은 엘리트라 모든 걸 다 가졌을 법 하지만, 정작 ‘사랑’을 가지지 못했다. 지원이는 당당하고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약점도 딱히 없는 인물이에요. 자기 판단대로 반듯하게 지내온 사람이기도 하죠. 착한 사람 못된 사람 직업적인 걸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은 사람이에요. 공격을 받으면 2배로 갚아주는 사이다 같은 면도 있고요.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시원해주실 것 같았어요. 저도 연기하면서 시원했거든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인데 반면 사랑에 있어서는 어떻게 할지 잘 모르는, 하지만 잘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했어요. 완승에게는 그게 다 읽히는 거죠. 지원이는 자기 삶에서 성취를 많이 한 친구인데, 자기감정이 뜻대로 되지 않는 속상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건달들이 때로 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다가 연애를 못 하는 면이 재미있었어요.
-정지원 캐릭터와 실제 신현빈 씨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 어느 정도 비슷한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당당하고 거침없는 사람이고 단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게 부러운 부분이기도 했어요. ‘대단하다 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얘기를 하면서도 상대를 압도하잖아요. 자기는 차분하면서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에요. 털털하면서도 귀여웠죠.
-지난 4월부터 5월 말까지 2달간 ‘추리의 여왕’이 힘차게 달려왔다. 드라마가 짧지만 호평 받은 만큼 종영에 대한 아쉬움도 크겠다. 봄이 되려고 할 때 드라마가 시작했어요. 이제 여름이 되려고 할 때 끝나니 한 계절을 함께 한 거네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덜 춥고 덜 더울 때 촬영해서 다행이죠.
-2011년 SBS ‘무사 백동수’ 이후로 오랜만에 참여한 지상파 드라마 촬영 현장은 어땠나? 정말 재미있었어요. 현장 자체의 분위기가 즐거웠죠. 전반적으로 모두들 바쁜 가운데도 신기하게 한편으론 여유가 있었어요. 특히 우리 드라마에서는 쪽대본이 많지 않은 점이 좋았는데, 끝날 때까지 대본이 미리 잘 나온 게 장점이었어요. 촬영에 새로운 방식도 있어서 찍으면서 재미있었어요. 대본을 보고 예상을 해도 현장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촬영하기도 했고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웃을 일도 많았는데 권상우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였죠.
-극중 하완승을 짝사랑하는 인물을 연기하느라 권상우와 특히 호흡을 많이 맞췄는데 선배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재미있게 찍을 수 있었어요. 지원이가 완승이에게 편하게 하면서도 막 다가서는 면이 있었는데 서로 불편하지 않았어요. 리허설하고 대사 하면서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즐거운 분위기였어요.
-‘추리의 여왕’ 마지막신에서 시즌 2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그려졌다. 열린 결말로 시즌 2를 희망하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사실 누구도 답을 몰라요. 작가님도 알려주시지 않았어요.(웃음) 어떻게 될지 저희도 지켜봐야겠어요. 쫑파티날도 제작진께서 시즌 2가 나올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라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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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작품들에서 유독 운이 잘 따르는 것 같다. 2010년 데뷔해 어느덧 데뷔 8년차인데 그때그때 하는 작품을 재미있게 잘 하고 있어요. 계속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작품이 정해지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의 느낌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어요. 작품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일에만 너무 집착할 수 있고, 개인 생활만 챙길 수 있는 것에서 서로 균형을 잘 맞춰야 하겠더라고요. 일의 결과가 자기 자신으로 드러날 수 있는 직업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쉽지는 않은데, 그 점이 이 직업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사는 거잖아요. 내가 덜 중요해질 수 있고요. ‘배우’라는 게, 촬영 밖에서는 자아가 확고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자기에 대한 확신, 자존감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거에 함몰돼 버리면 힘들어지고. 그게 재미있는 면이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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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배우들이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것과는 다르게,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학사 출신이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어릴 때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섣불리 도전하지 못 하다가 대학 졸업 후 오디션을 보고서 시작하게 됐어요.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 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제가 정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서 오히려 한정해서 생각을 안 하려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비슷하더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상황이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죠. 될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다가도 작품이 엎어지기도 하고, 고사한 후에도 어떻게 다시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 왔어요. 그걸 겪으면서 내가 정하는 게 아닌 걸 알았죠. 그 때 그 때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야기 자체에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가 있으면 어떤 작품이든 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활동 각오는? 굳이 어떤 걸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도 열려있는 사람이고 싶고, 배우로도 열려있고 싶어요. 분량이나 작품의 사이즈를 고려하기보다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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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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