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유공자가 마지막 가는 길에 있어서조차 이런 식이라면 우리 보훈행정의 현주소를 미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참전유공자인 부친이 타계함으로써 태극기를 신청했던 그의 아들은 “내가 꼭 구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언론에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담당자가 태극기를 받고 싶으면 받고, 싫으면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담당자만의 문제도, 택배비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보훈행정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할 뿐이다.
국가보훈처가 최근 전국 보훈의료기관 4곳에 관련 기관장들의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을 세워 야기된 논란을 새삼 떠올리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표지석 제작에 모두 6000만원이 들어갔다고 하니, 최소 2000명의 대상자에게 태극기를 부쳐줄 수 있는 금액이다. 표지석 세운 것을 잘못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공자들의 마지막 길을 전송하는 태극기 택배비 책정도 안 된 상황에서 기관장 ‘공덕비’를 세웠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쉽사리 납득할 수 있겠는가.
법으로 규정된 참전유공자들에 대한 예우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도 이 기회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역병들의 월급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월 22만원의 명예수당 지급으론 너무 초라하다. 보훈병원 진료 시 본인부담금의 60%를 감면받고는 있지만 상시적인 혜택은 아니다. 물질적인 측면을 떠나서도 진정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는 있는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굳건히 존재하는 것은 조국을 위해 기꺼이 한 몸 불살랐던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 덕분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현충일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