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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배타적 전유물 전락…현충일 추모대상 넓혀야

특정 집단에 사유화된 '애국'…배타적 성격으로 나타나
"세대갈등 녹일 필요…'호국 강요' 현충일도 변해야"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06-06 06:00 송고
2017.2.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017.2.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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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속에 탄핵정국으로 국민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 2월, 서울 중구 대한문에는 '구국비상계엄 선포 및 간첩수괴 제거를 위한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집회가 매주 일요일마다 열렸다. 이곳에 모여든 시민 100여명은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살벌한 구호가 적힌 피켓에 성조기까지 들고 자신들을 '애국자 중의 애국자'라고 주장했다.

#. 비슷한 시기 대한문 맞은편 서울광장에는 밤사이 분향소가 기습적으로 설치됐다. '애국텐트'란 이름으로 불린 이곳는 천안함 희생 장병과 태극기집회 중 사망한 시민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보통의 추모시설과는 달리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했다. 특히 탄핵에 반대하는 '애국시민'만이 분향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호국'과 '애국'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최근 탄핵정국의 격랑을 거치면서 일부 세력의 배타적인 전유물처럼 쓰여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념 편향성의 극우단체들이 이들 단어를 전용하며 정치적 색채를 덧칠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시민을 적으로 돌리는 배타적 성격까지 더해져 국민의 환호를 받아야 할 '애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부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호국'과 '애국'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온 것이 '애국'의 의미를 왜곡시킨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현충일의 추모대상부터 넓혀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실제 적지 않은 극우단체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이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며 호국, 애국, 보훈 등의 단어를 자기소개 문구로 전면에 내걸고 있다.

5일 구글코리아가 검색량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구글트렌드를 통해 '애국'이란 키워드를 직접 분석해 본 결과 이 단어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 1월 탄핵반대 집회가 활성화됨에 따라 상승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단어를 검색한 사용자들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도 자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2.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17.2.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문제는 이들 단체가 애국 등의 단어를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본래 뜻을 왜곡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변질된 애국 개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애국은 자기가 속해 있는 정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라면서 "다른 공동체 일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도 기본적인 민주시민 덕목 중 하나지만 (현재는) 배타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애국주의가 정치적 기획이나 의도에 따라서 좌지우지되고 활용되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특정 정치집단에 한정돼서 애국주의가 활용되고, 다른 집단은 거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애국 논쟁은 결국 이념으로 나뉜 세대갈등 문제"라며 "세대갈등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애국주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였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호국이라는 말은 지난 권위주의 체제에서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탄생한 용어"라며 "정부에서 이런 애국과 호국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강조하며 보수단체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책임도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이같은 분열 상황을 극복하고 통합하기 위해서는 현충일에 군인 전사자들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민주화열사나 이름없는 의인들도 추모해야 한다"며 큰틀에서의 변화를 주문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대구 앞산 충혼탑을 찾은 어린이들이 헌화에 앞서 직접 만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6.5/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대구 앞산 충혼탑을 찾은 어린이들이 헌화에 앞서 직접 만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6.5/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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