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카타르 단교사태, 유가 어떻게 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6 05:45

수정 2017.06.06 05:45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4개국이 5일(이하 현지시간) 같은 수니파인 카타르에 단교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급등 뒤 다시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불안요인은 잠재해있다. 이 지역 불안은 늘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타르는 전세계 천연가스(LNG) 공급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LNG 산유국이어서 LNG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석유공급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어서 이전만큼 석유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가, 어떻게 되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등 4개국이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석유와 LNG 공급, 가격이 어디로 튈지 종잡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단 유가는 흔들렸다.

단교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시아 시장에서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최대 1.6% 상승폭을 기록하며 배럴당 48.42달러까지 뛰었다. 브렌트유는 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뉴욕시장이 개장하면서 유가는 다시 하락했다.

오전장에서 일제히 하락해 WTI는 장중 낙폭이 1.1%를 기록하기도 했다. LNG도 0.4% 하락했다.

카타르의 석유수출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도 석유공급의 2%만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천연가스다.

국제가스연합(IGU)에 따르면 카타르는 지난해 천연가스 7720만톤을 생산했다. 전세계 LNG 공급량의 30%를 차지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자료로는 러시아와 이란만이 카타르를 능가하는 천연가스 부존량을 확보했을 뿐이다.

카타르 천연가스는 북부해안에서 생산되고 대부분 배로 운송되기 때문에 이번 단교에 따른 수송차질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높지 않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사우디 등이 철수하면 카타르 경제가 충격을 받고 천연가스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유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걱정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LNG 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위 생산국 호주 등이 생산을 늘릴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주내셔널뱅크(NAB)의 필 지벨 이코노미스트는 단교가 OPEC의 감산합의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벨은 카타르가 "생산량 쿼터를 지킬 이유가 거의 없어진다"면서 카타르가 합의를 깨면 다른 산유국들도 시장잠식을 우려해 증산에 나서면서 감산합의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카타르 경제 어떻게 되나
CNN에 따르면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벌여놨던 건설사업들도 사우디 건설사들이 사우디 정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으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바다로 둘러쌓인 카타르가 육지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은 사우디가 유일하다. 생필품 등은 대부분 육로를 통해 사우디에서 수입된다.

단교조처로 도하 증시가 7% 넘게 폭락하는 등 경제적인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카타르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상을 통한 수입다변화를 꾀하면 된다. 돈도 넉넉하다.

카타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카타르 투자청(QIA)은 국제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부터 미국 보석상 티파니, 석유메이저 로열더치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기업들의 주요 주주이다.

스위스 글렌코어와 함께 지난해 12월 러시아 석유업체 로스네프트 지분 19.5%를 사들이기도 했다.

서방 기업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된 상태라 국제적인 고립 가능성은 없다.

다만 식료품 등 생필품 공급 등은 단기적으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카타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사막에 자리잡고 있어 식료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 식료품 수입 규모는 약 10억달러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3분의1이 사우디와 UAE에서 수입됐다.

사우디는 카타르와 모든 육상·해상·항공 연결을 끊었고, UAE도 카타르 선박과 항공기의 공항·항만 사용을 막았다.

식료품 등은 이란이 수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번 단교 사태로 1981년 사우디, UAE,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가 모여 만든 걸프협력기구(GCC)도 쪼개지게 생겼다.

사우디, 왜 카타르에 격분했나
USA투데이는 같은 수니파 이슬람국인 카타르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격분한 것은 카타르의 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2주전 카타르 국영 언론이 카타리 에미르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의 발언이라며 이란의 "역내, 이슬람 파워가 무시돼서는 안된다"고 전한 것이 단교를 촉발했다.

알 타니 국왕은 수니파이면서도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을 옹호하고, 사우디 등 수니파가 테러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하마스도 재정적으로 지원해 사우디 등 수니파에는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카타르는 해킹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라며 항변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에도 수사를 의뢰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사우디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뒤에도 카타르 국영방송들이 관련 내용을 계속해서 내보내는 등 카타르 정부의 의지마저 불신 받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힘을 실어준 것도 단교라는 극약처방이 나온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란은 트럼프가 뒤에서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카타르는 사우디와 함께 미국의 이 지역 양대 주요 우방 가운데 하나다.
알-우데이드에 공군기지가 있고, 미군 약 1만명도 주둔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호주 방문 길에서 이번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고 조속한 화해를 촉구했다.
그는 "당사국들이 함께 앉아 차이점들을 해결하기를 촉구한다"면서 "걸프협력기구(GCC)가 단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하다면 미국도 돕겠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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