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회 '어린이 놀권리 조례' 내년 시행

배명재 기자 2017. 6. 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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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국 최초 제정…전남 지역 유치원·초등학생들 혜택
ㆍ교육감·교장에 이행 명시…집에서도 학습 부담 감소

5일 오전 전남 나주시 공산면 금곡마을 공산초등학교 중간놀이시간. 4~6학년생 41명이 뙤약볕이 내리쬐는데도 운동장과 운동장 한쪽 등나무 아래에서 굴렁쇠놀이·윷놀이·비석치기·달팽이집 놀이 등을 하며 뛰놀았다. 30분 동안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고,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웃음꽃이 피어났다.

강당에서는 1~3학년 37명이 제기차기·투호놀이·딱지치기 등을 하며 떠들썩했다. 제기차기를 하던 2학년 14명은 요즘 산수시간에 배우는 덧셈과 뺄셈을 놀이에 적용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기록을 서로 더하고 빼보며 숫자 개념을 익혔다. 또 남학생·여학생이 찬 횟수를 빼보기도 하고, 전체 학생들이 찬 횟수를 보태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등교 후 하교 때까지 무조건 60분 이상을 뛰놀고 있다. 60분을 인정받으려면 책을 들고 있거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서는 안된다. 올해 나주시교육지원청 놀이문화연구학교로 지정된 뒤 배운 30여가지 전통놀이를 아침시간, 중간놀이시간, 점심시간 등에 짬을 내 즐기고 있다.

전남 지역 유치원·초등학생들이 내년부터 공산초등학교 학생들처럼 놀 수 있게 됐다. 전남도의회는 최근 ‘전남도교육청 어린이 놀권리 보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이 조례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금껏 ‘놀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정도의 선언적 조항을 담은 조례는 다수 있었지만, 놀권리 자체를 자치 조례로 만든 사례는 처음이다. 모두 10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조례는 교육감과 학교장이 해야 할 의무를 명확히 했다.

교육감은 놀권리 보장을 위해 매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지원계획에는 놀이활동 교육과정 편성·운영, 놀이 자료와 프로그램 보급, 놀이 담당 교원연수와 동아리·연구회 지원, 각종 놀이시설 안전강화 등이 포함됐다. 학교장은 이 같은 지원계획에 따른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한 후 그 실적을 학교 누리집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학교장에게 어린이들이 가정에서도 놀이활동이 이어지도록 학습 부담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교육감 아래에 ‘어린이 놀권리 보장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는 어린이놀이문화 전문가들로 10명 이내에 이뤄지고, 교육감에게 정책개선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산초등학교 김성님 교감은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동하는 방법도 배운다”고 말했다.

이 조례를 대표발의한 박철홍 전남도의원(민주당·담양)은 “사교육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 찌든 어린이들의 마음을 놀이를 통해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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