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에게 사드 보고 의도적 누락, 어느 나라 군인가
[경향신문] 국방부가 고의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두 차례나 청와대에 보고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어제 발표한 ‘사드 보고 누락 사건 조사결과’에 따르면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및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업무보고서에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을 알 수 없도록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국방부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발사대 6기의 반입 사실 및 추가 반입 발사대 4기의 보관 위치가 적혀 있었으나 이를 지우고 ‘사드 발사대, 레이더는 한국에 전개’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기재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군이 새 정부의 첫 번째 청와대 공식보고에서 사드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구두보고도 하지 않은 것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기만하는 국기문란 행위다.
군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군 측과 비공개 합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미 군 간의 비공개 합의는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사안의 특성을 감안하되 어디까지나 언론 등 민간 분야를 대상으로 한 조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미군과 한국군이 다 알고 있는 중대 안보 사안을 정작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일하는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군은 청와대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했다고 한다. 위승호 실장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이전에도 보고서에 기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에서도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지난 정부에서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했으며, 이 때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군은 문재인 대통령을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사드 배치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고의 회피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 조사 결과 주한미군에 공여한 롯데 골프장 전체 부지 70여만㎡ 가운데 1단계 공여부지 면적을 32만여㎡로 제한해 33만㎡가 기준인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것이다.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사드만 배치되면 그만이라는 군의 사드 맹신주의가 이런 편법과 꼼수를 낳는다.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은 사드 배치가 그대로 용납돼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한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 조사에서 밝혀진 군의 국기문란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미동맹과 대미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내 여론도 요동쳤다. 청와대는 보고 누락의 책임이 확인된 위승호 실장을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실무자에게 책임을 물리는 선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특히 청와대를 기만하고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한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위 실장 혼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는 믿기 어렵다. 그럼에도 위 실장이 보고 누락의 책임자로 지목된 것은 국방부의 그간 행태에 비춰 꼬리 자르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민구 국방장관이나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의 묵인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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