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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카타르 단교 릴레이…진짜 이유는 '이란 견제'

이란-카타르, 가스전 공유하는 공생 관계
사우디 등, 이란 對중동 영향력 차단 '사활'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17-06-05 18:44 송고 | 2017-06-05 21:11 최종수정
지난해 12월 GCC회담에 참석한 셰이크 타밈 빈 하미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 AFP=뉴스1
지난해 12월 GCC회담에 참석한 셰이크 타밈 빈 하미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 AFP=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및 아프리카 5개국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잇따라 결정했다. 이로써 중동의 오랜 문제인 수니-시아파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예멘 및 리비아 동부정부는 5일(현지시간) 각각 카타르와의 국교 단절 및 육해공 통행 전면 차단을 선언했다. 이들은 자국이 '적'으로 돌린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카타르가 지원한다는 점을 단교 결정의 중대 사유로 각각 발표했다. 

이렇게 '테러리스트 지원'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걸긴 했지만 이미 이란을 둘러싼 입장차로 이들 나라간 긴장은 오랫동안 계속됐던 게 사실이다. 이란을 앙숙으로 보는 사우디 등과 달리 카타르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채택, 불화를 키운 것이다.

이번 단교 사태의 발단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달 23일 공개된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의 연설이다. 이 연설의 내용도 이란이 중심이었다. 카타르 관영통신 QNA는 카타르 국왕이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측은 이후 해킹으로 인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지만 사우디 등은 호기(?)를 놓치지 않고 카타르 언론 접속을 차단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논란을 더 부채질한 건 국왕의 이후 대처. 지난달 27일 중동 매체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카타르 국왕은 사우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전화를 걸었다. 양국 정상이 "관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우디와 UAE 매체는 카타르를 거세게 비판했다.
 
단교 결정의 시점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바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사우디를 방문해 이란을 '테러 지원국'이라며 테러 격퇴를 전면으로 공표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관계가 매우 가까워진 사우디와 UAE는 이란이 중동 지역에 뻗치고 있는 영향력을 약화하는 노력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없애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타르에 대한 압박도 이 일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란은 사우디 등 5개국 및 리비아 동부정부의 카타르 단교 결정에 우려하는 입장을 즉각 표명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실의 참모부장 하미드 아부탈레비는 자신의 트위터에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국경을 닫는 건 긴장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공격과 점령 행위는 불안정성 외에 야기하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카타르와 이란은 세계 최대 매장량의 가스 유전을 공유하고 있어  관계가 가까울 수밖에 없다. 페르시아만 이란령(사우스파)과 카타르령(노스필드)에 걸쳐있는 이 가스전은 양국을 경제 공동체로 발전시켰다.

또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카타르는 이라크를 지원하는 수니파 국가들과는 달리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고 이는 2010년 12월 이란-카타르가 안보 협정을 체결하기까지 발전하는 배경이 됐다.

이듬해 이란이 바레인 저항세력을 도우며 내정 간섭을 했을 때도 카타르는 경제 협력을 이유로 비판적 입장을 끝내 보이지 않았다. 카타르가 2014년께 이란령 가스전에서 시추 작업을 도와 산유 수입이 극대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돈독해졌고 그 반대 방향으로는 사우디 등과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했다.

한편 론 프로서 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의 뉴욕타임스 (NYT) 기고문에 따르면 중동 내에서도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소국이기도 한 카타르는 1990년 이라크의 침공을 당한 쿠웨이트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을 우려했다. 카타르 왕가가 생존 차원에서 10여년 전 국가 전략을 수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카타르는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쟁국의 안정을 뒤흔들기 위해 대리세력을 지원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슬림형제단, 이슬람국가(IS) 등 급진적 체제나 극단주의 그룹일지라도 전략에 따라 관계를 맺었다. 

카타르는 또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사용해 종파적 대립을 부추기는 급진적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아랍의 봄'이 확산됐을 때 알자지라는 민중 봉기를 상세 보도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쌓고 시청자들을 크게 늘렸다. 카타르는 이 인기를 이용해 극단주의자들의 시각을 퍼뜨렸다. 

4일 사우디 등 중동 및 아프리카 6개국은 카타르와 단교를 결정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4일 사우디 등 중동 및 아프리카 6개국은 카타르와 단교를 결정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y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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