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감염으로 토착화?… ‘초여름 AI’미스터리

겨울·봄 아닌데 발생 의문
“상시화 대비 방역체계 개편”
초기 방역 실패 전국 확산

바이러스 활동이 약화하는 초여름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자, AI가 이젠 토착화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AI 발생 및 전파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등 허술한 방역체계는 AI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AI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활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AI가 겨울과 봄에 주로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 AI는 정부가 특별방역 종료 하루 만에 발생했다.

경기도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여름철에도 바이러스로 인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AI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며 “AI 바이러스가 닭이나 오리의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어떤 이유로 갑자기 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AI가 순환 감염(가금류에 잠복해 있다가 기온과 환경이 맞으면 창궐) 방식으로 토착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AI가 발생하는 ‘상시 감염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2일 제주농가가 AI 의심신고를 하기까지 6일 동안 군산 종계농장 오골계 3000마리가 제주·파주·부산·경남에 유통되면서 AI 바이러스가 자유롭게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양계장에선 AI 의심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신고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소규모 농가에 보급된 것은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AI 토착화 가능성 및 상시화에 대비해 방역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 =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