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처벌 인식조사] 아내 목 조른 남편 "징역 4년".. 납득 되나요?

이경원 기자 2017. 6. 5.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조차 32%가 "징역 20년이 적절" 응답했네요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A씨에게 징역 4년, 아내와의 불륜을 항의하러 온 남성을 되레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만든 C씨에게 징역 12년, 한밤중 주택에 침입해 손발을 묶은 뒤 금품을 빼앗고 둔기로 때려 살해한 D씨에게 징역 30년…. 독자 여러분의 판단은 실제 법원에서 선고된 형량과 비슷한가, 차이가 있는가. 혹시 법원과 달리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떠올리기도 했는가.

대검찰청은 최근 국민일보와 함께 살인범죄의 처벌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953년부터 변함없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살인범죄의 법정형이 과연 적절한지 물었다. 또 구체적으로는 A B C D씨의 사례를 제시한 뒤 어떠한 수준의 처벌이 적당한지 물었다. 각각 ‘징역 5년’ ‘징역 10년’ ‘징역 20년’ ‘징역 30년’ ‘무기징역’ ‘사형’의 보기를 제시했다.

4일 대검이 집계한 설문조사 결과는 법원 판결과 국민적 법 감정 간 괴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사회적 안전망을 형성할 판결은 국민이 살인범들에게 내려지길 기대하는 처벌 수준보다 훨씬 가벼운 수준이었다. 이 같은 인식을 ‘리걸 마인드’가 부족한 감정적 답변으로만 치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검사와 변호사,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내놓은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도 법원의 결론과 차이가 컸다.

①홧김에 아내 목 조른 A씨(징역 4년)

이혼을 말하는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A씨에게 어떠한 처벌이 적당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일반인 가운데 30.0%는 ‘무기징역’, 23.7%는 ‘사형’을 언급했다. 모든 선택지 가운데 ‘징역 5년’을 고른 이는 2.1%에 머물렀다. 실제 법원에서 확정된 징역 4년과 가장 가까운 선택지였지만 선택지 가운데 이를 선택한 이들의 비중이 가장 낮았다.

범죄자를 직접 수사하는 검사들의 경우 A씨에게 법원 양형과 엇비슷한 ‘징역 5년’이 적당하다고 본 응답률은 일반인보다 낮은 1.8%에 그쳤다. 검사뿐 아니라 피고인을 변호하는 입장에 서는 변호사들조차 ‘징역 5년’을 고른 응답률은 3.8%에 불과했다. 그나마 로스쿨 교수 집단에서 법원 판단에 공감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이 역시 16.7%에 머물렀다.

②함께 도박하던 이를 흉기로 찌른 B씨(징역 7년)

음주도박 중 시비가 붙었고, 결과적으로 흉기로 생명을 앗아간 B씨. 일반인의 시각은 이번에도 ‘무기징역’을 택한 비중이 29.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형’(28.4%), ‘징역 30년’(16.7%), ‘징역 20년’(15.3%)의 응답이 컸다. 실제 법원에서 확정된 징역 7년과는 시각차가 컸다.

법조인과 로스쿨 학생들의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응답률이 일반인 집단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각의 집단에서 가장 빈번하게 응답된 B씨의 처벌 수준은 ‘징역 20년’이었다. 검사 중 38.2%, 변호사 중 35.8%, 교수 중 37.5%, 로스쿨 학생 중 37.9%가 ‘징역 20년’을 응답했다. 검사와 변호사 중 실제 선고된 징역 7년과 가까운 ‘징역 5년’을 고른 이는 1명도 없다.

③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한 C씨(징역 12년)

일반인의 정서는 C씨에게 사형(45.0%), 무기징역(29.6%)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법원에서 확정된 징역 12년에 가까운 ‘징역 10년’을 적정 처벌로 판단한 이들은 2.7%에 불과했다. C씨에 대해서는 ‘징역 20년’ 의견도 8.3%에 머물렀다.

검사나 변호사들도 C씨에게 징역 12년형이 선고됐으리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C씨에 대해 ‘징역 10년’ 선택지를 고른 검사들은 1.8%에 불과했다. 변호사들도 C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을 거라고 본 비중이 35.8%로 가장 높았다. 법원 판단과 가장 가까운 ‘징역 10년’을 고른 이는 5.7%에 불과했다. 교수들도 C씨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본 비중이 가장 높았고(33.3%), ‘징역 10년’은 16.7% 수준이었다.

④한밤중 주거 침입 강도살인 D씨(징역 30년)

4명의 살인 혐의 피고인 가운데 법정 최고형이 적당하다는 일반인 의견이 과반인 경우는 D씨가 유일했다. 일반인은 D씨에게 ‘사형’(61.8%)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무기징역 응답(25.0%)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 형량처럼 징역 30년을 적정 처벌로 응답한 비중은 6.2%에 불과했다. D씨에 대한 ‘사형’ 응답은 검사 집단에서도 37.3%로 나타났다. 검사 집단의 D씨 ‘무기징역’ 판단은 51.8%로 과반이었다.

변호사들 가운데서도 절반에 가까운 49.1%가 D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야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처럼 징역 30년을 내다본 이는 18.9%에 불과했다. 교수(37.5%)와 로스쿨 학생(38.3%)도 무기징역 판단이 가장 많아 법원 판단과 괴리를 보였다. 실제 판결인 ‘징역 30년’을 ‘맞힌’ 비중은 로스쿨에서 가르치는 교수 집단(16.7%)보다 학생 집단(21.3%)에서 외려 높았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