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지전능 AI 전성시대

엄형준 입력 2017. 6. 4. 20:51 수정 2017. 6. 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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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SW 모두 대폭 진화한 인공지능 / 주식거래·번역은 기본.. 범죄 예측도 / 로봇과 함께 4차 산업혁명 핵심 각광 / 국내선 이세돌·알파고 대국 후 '열풍' / 삼성전자 '빅스비' 등 AI 활용 잇따라 / '사람 일자리 위협' 우려 해소는 숙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기사인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인 커제 9단에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한 번 위력을 입증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 때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크게 진화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걸려야 할 성취를 AI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에 달성해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로봇과 함께 AI가 핵심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고, 특히 AI는 사회 전반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며 ‘인간계’를 뒤흔들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에 완패당한 커제 9단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영화에서 현실 된 AI

2000년대 초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AI’를 만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AI는 영화 속 기술로만 여겨졌다. 물론 지금도 영화 속 11살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인 ‘데이비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다. 하지만 더 이상 AI는 이론적 기술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달 27일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을 차례로 꺾은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바둑판이 아닌 다른 분야로 AI의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게 딥마인드의 계획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IBM의 ‘왓슨’은 암을 진단하거나 디자인을 하고, 마케팅 기법을 제안하는 등 인간 사회에서 재능을 발휘 중이다. 알파고나 왓슨보다 성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애플의 ‘시리’, 삼성전자의 ‘빅스비’,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아마존의 ‘알렉사’ 등 각 기업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인간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이제 AI에게 번역과 주식거래 정도는 손쉬운 단계고, 범죄를 예측하거나 변호를 맡기도 한다. 이미 우리나라 경찰도 폐쇄회로(CC) TV에 AI를 적용해 범죄 파악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갤럭시S8 시리즈에 탑재된 AI 서비스 `빅스비`를 사용하는 모습.
◆한국에 불어온 AI 열풍

우리나라에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경기 후 AI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지난 3월2월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AI 플랫폼인 ‘클로바’를 공개했고, 최근엔 베타(테스트) 버전을 출시했다. 네이버는 번역, 음악·지식 검색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클로바를 탑재한 음성인식 스피커도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도 AI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2월 카카오는 AI 전문 자회사를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하고, 3월에는 카카오 내에 AI 사업 전담 부문을 신설했다. 카카오 역시 연내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서비스와 스마트 기기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음원 서비스인 멜론, 내비게이션, 택시, 뉴스 검색 등에 AI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 업체만이 아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음성인식 AI 스피커인 ‘누구’를 출시했고, 올해엔 AI 전담 사업단을 신설했다. SK텔레콤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인 ‘T맵’에 AI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AI를 활용한 신사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KT도 질세라 올해 1월 AI테크센터를 신설하고 음성인식 AI 스피커인 ‘기가지니’를 내놨다. 최근엔 기가지니사업단을 신설하며, 타업체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KT는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기가지니를 활용한 차량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AI 서비스인 ‘빅스비’를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8 시리즈에 탑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3에 탑재됐던 음성인식 기능인 ‘S보이스’는 정해진 물음에 정해진 대로 답하는 수준이었지만, ‘빅스비’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점점 더 똑똑해진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영어,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SK C&C가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한 국내형 AI인 에이브릴이 병원에서 질병진단을 위해 쓰이고 있고, 벤처기업들도 AI 기반의 ‘챗봇’(채팅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변화가 모두 1년 새에, 그것도 대부분은 올해 일어난 일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전까지만 해도 낯설게만 느껴졌던 AI가 얼마나 인간 생활에 빨리 파고들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AI 돌풍에도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아직 미국과 일본에 크게 뒤떨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특허는 미국의 47분의 1,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AI 기술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에도 밀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인력난은 심각하다. 업계에서는 “사람이 필요해도 구할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대학들이 하드웨어 중심의 인재를 육성한 결과다. 최근 카카오가 AI 인재 상시 모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처장은 “대학 때부터 AI 인재를 육성하려면 10여년이 걸린다”며 “당장은 인공지능 대학원을 만들어 석·박사를 양성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경쟁자인가 조력자인가

AI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적인 대비책도 마련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AI 보급으로 2030년 일본에서 500만명의 고용이 새로 창출되고, 이보다 240만명이 많은 74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AI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우려는 더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4월 20∼50대 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89.9%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라는 질문에는 76.5% 동의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1년 전 조사결과보다 24%나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AI가 인간 사회에 ‘득’이 될 것이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이장우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AI에 대한 득실을 묻는 질문에 “(인간이) 하기에 달려있지 않겠느냐”며 “기술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쪽으로 생각해야지, 일자리 없어지는 것만 걱정해서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지만, AI가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게 될 미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 연구처장은 “인공지능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라면서 “그 세금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인간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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