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랜드마크' 낙원상가 주변엔 쓰레기더미와 악취만

박인혜,정순우,김강래 2017. 6. 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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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많은 인사동 가는길..보행로 곳곳 울퉁불퉁 파이고 벤치는 누워있는 노숙자 차지
서울시 예산 167억원 투입 50년된 건물 유지한채 재생..도로 고치는 수준에 그칠듯

◆ 낡은 도심부터 재생하라 ① / 서울 도심 슬럼화 현장을 가다 ◆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일대 낙원상가. 페인트칠이 벗겨진 상가 벽을 따라 보행로로 들어서니 곳곳에 폐지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중전화 박스는 세월이 흐르며 쓰레기통으로 전락했고, 벤치는 노숙자의 휴식처로 변해 있었다. 상가를 방문한 후 인사동으로 향하던 외국인 관광객 두 명은 쓰레기 더미와 노숙자를 피하려고 건너편 길로 방향을 틀었다.

상가 지하시장은 지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지하로 들어가는 길은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보낸 후 들어가 보니 악취가 코를 자극한다. 천장부터 전깃줄이 주렁주렁 내려와 있었고, 곳곳에 방치된 복도에는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 늦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지하시장 공기는 습하고 뜨거웠다.

이 상가의 한 악기점에서 5년째 일하고 있다는 30대 남성 유 모씨는 "서울시가 재생 사업을 하고 있다지만 아직 특별히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며 "도로와 내부 시설 정도가 일부 개선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악기점을 나와 횡단보도에 서니 지하에서 맡았던 악취가 다시 코를 찔렀다. 지하 공기를 지상으로 올리는 환풍구 때문이었다. 상인들은 도로 위 건물을 지은 구조로 인해 환기가 안돼 악취와 매연이 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낙원상가는 1967년 서울시 도심부 재개발 사업의 일부로 건립돼 올해 쉰 살이 됐다. 서울과 한국은 50년 동안 변화를 거듭했다. 1967년의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56달러에 불과한 나라였지만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5853달러다. 서울은 그 사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했고, 낙원상가 옆 인사동은 관광 명소로 성장했다. 하지만 낙원상가는 1960년대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며 '냉동'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낙원상가는 악기 전문 '핫플레이스'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 유통 발달과 건물 노후화라는 두 가지 대내외적 변수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낡은 건물 사이를 관통하는 도로 때문에 제대로 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해결사로 나선 서울시가 낙원상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도시재생'이다. 낙원상가 '재생'은 2014년 본격화했다. 그러나 아직 큰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도를 새로 설치하고 신호등을 추가했지만 낡은 외관은 그대로다. 지상과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벽에는 곳곳에 구멍이 파여 있을 정도다. 한 상인은 "노숙자도 많고, 시설과 환경이 안 좋다"며 "환경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은 서울시의 '보존형' 도시재생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집권 후 서울시는 대규모 철거식 개발은 지양하고 있다. 대신 '도시재생'이라는 틀 안에서 유지·보수 후 지역별 특성을 살리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낙원상가도 '보존' 대상이다. 기본 골격을 유지하며 재생해야 한다.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50년 전 건물의 기본 구조를 두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방치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보존 대상이 돼 재생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시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현대화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낙원상가에는 167억원의 빈약한 예산이 배정됐다. 세운상가 일대에 투입되는 예산 974억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조차 "낙원상가 재생에 대한 주민들 의지는 충분한데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다.

2019년까지 낙원상가 재생을 마무리할 계획인 서울시는 내년에 마중물 사업으로 도로개선 공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서울시도 손을 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주도하게 유도할 계획"이라며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짓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 '자생적 도시재생'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낙원상가의 낡은 건물 개·보수는 주민 스스로 하도록 행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지원과 더불어 공공 예산이 투입되지 않으면 기본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낙원상가와 더불어 용산전자상가와 세운상가도 한때 서울의 '간판'이었다.

한강로2가 15 일대에 위치한 용산상가는 서울 도심권에 속해 있다. 인근에 최고 교통 요지로 꼽히는 용산역이 있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다녀가는 곳인 만큼 시급한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1호 주상복합으로 명성을 날린 세운상가는 1980년대 전자산업 메카였지만 이후 노후화로 인해 슬럼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기획취재팀 = 박인혜 팀장 /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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