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중물 효과' 큰 지역부터..도시재생 우선순위 바꿔야
기존 국토교통부·서울시 예산..소규모 '마을재생'에만 치우쳐
일자리 창출·지역 활성화 위해 건축물 높이 등 규제도 풀어야
◆ 낡은 도심부터 재생하라 ① ◆
최근 서울시 재생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예산 전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도시재생 뉴딜' 관련 예산이 매년 10조원 배정됐기 때문이다. 10조원 중 2조원이 정부 재정에서 나오고 나머지 8조원은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기업 사업비로 조달된다. 각 지자체는 중앙정부 '2조원'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관련 예산이 1450억원, 서울시 예산이 2300억원임을 감안하면 이해된다.
그러나 '피 같은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일지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기간에 예산확보 전쟁을 하다 보면 결국 재생할 마을 숫자만 늘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선정 과정에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재생 예산지원에서 우선 순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 재생은 전국적으로 20곳 정도였으나 일반 근린재생형과 소규모재생, 도시생활환경개선 및 지역역량 강화사업은 250곳이 넘는다. 서울시가 2015년 도시재생지역 13곳 중 5곳을 서울역 등 도심에 배치했으나, 비도심권인 창동·상계에 워낙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도심은 상대적으로 예산을 못 땄다. 지난 2월 2단계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한 서울 17곳 중 도심권은 3곳에 불과했고, 4일 추가된 도시재생 희망지 14곳에서도 도심은 없었다.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해온 서울시가 지나치게 노후주거지 재생인 '마을재생'에 치중한다는 평가다.
실제 '서울의 간판' 격인 4대문 안 도심은 양면적이다. 오피스가 즐비한 광화문 일대는 번듯해 보여도 바로 옆 종로나 중구로 들어서면 낙후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도 도심의 경제기반형 혹은 중심시가지 재생에 선(先)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이다.
낙원상가의 독특한 건축방식을 서울시 방침대로 '보존'하며 재생하려면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수적이다. 낙원상가 뒤편에 한옥촌과 운현궁 등 전통적 요소가 살아있으니 오히려 현대적 건물로 리모델링해 전통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물리적 형태의 보존이 아니라 주변과 어우러지는 콘셉트로 개발하면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서부터 종로, 낙원동, 안국동, 북촌한옥마을 등은 일종의 '축'으로 연결된 도시재생이 시급하다. 종로구 청진동 일대 서민 술집들 집적지였던 피맛골은 도심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그랑서울'이 됐다. 과거 피맛골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 기울이던 추억의 장소였으나 청진구역 재개발로 거대한 고층빌딩으로 변신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공동화 현상이 심각했던 이 지역이 24시간 활기가 넘치는 젊은 거리로 재탄생한 데는 고층 복합 빌딩인 그랑서울과 바로 옆 디타워 역할이 컸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규제완화도 '좋은 재생'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제1호 서울형 도심활력 프로젝트 사업지로 중구 무교동·다동 일대를 선정했는데, 2호 사업지로 중구 양동구역 일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곳은 지난달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건축물 높이 규제가 일부 완화된 곳이다. 이 구역 CJ남산빌딩이 현재 리모델링 추진 중인데 70m로 제한됐던 건축 높이 규제를 84m까지 풀어줬다. CJ 측은 규제완화에 맞춰 주변 '서울로7017'과 연계한 보행길을 입체적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규제완화 덕분에 주변 일대가 정비되고, 유동인구도 늘어나는 선순환 재생모델이 형성되는 단초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이 일대에 다수 기업들이 포진한 만큼 이들에 규제를 완화해 주고, 자발적 재생모델을 만들어 투자하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CJ 본사 외에도 서울스퀘어와 LG서울역빌딩, SK남산빌딩,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 등이 있다.
[기획취재팀 = 박인혜 팀장 /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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