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획] 중간고사 한번 망치면 자퇴?.. '입시 절벽'에 고민 커진 고1

박형수 2017. 6. 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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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 입시부터 수능,내신 절대평가 도입 전망
전년도에 입시치를 현 고1, "재수하면 안돼" 큰 부담감
2020학년도 입시에 우수한 재수생들도 대거 몰릴 듯
하향,안정 지원 속 극심한 경쟁과 눈치 작전 예상
대선공약따라 논술 전형도 축소 또는 폐지될 듯
입시 길 줄어들어..고 1 '입시절벽 세대'로도 불려
입시컨설팅업체에 자퇴 문의 예년의 3~5배 늘어
전문가, "현장 충격 줄이려면 교육정책 단계적 개편해야"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종로학원이 주최한 2018 대입판도 첫 예측 입시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입시 설명회는 2018학년도 수능 영어절대평가제 도입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전략을 세우기 위해 3000여 명의 학부모 및 학생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일반고에 다니는 1학년 김모군은 이달 초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부모와 함께 입시컨설팅업체를 찾았다. 김군이 상담한 내용은 “내신이 나쁘니 차라리 자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의 중간고사 성적은 학급에서 30명 중 7등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군은 “학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친구들만 특별 관리를 해주는데, 내 성적은 애매해 거기에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 사이에선 ‘어차피 학생부전형으로 대학에 가지 못할 거라면 자퇴해서 수능에 올인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많이 돌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 덧붙였다.

김군의 아버지(48·서울 강남구)는 “이전에는 내신이 안 좋으면 논술전형으로, 첫해 입시에 실패하면 재수해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올해 고1인 아들은 둘 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김군처럼 중간고사가 끝난 뒤 컨설팅 업체를 찾아 자퇴 여부를 상담하는 고1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는 사실상 현행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의 적용을 받는 마지막 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르면 현 중3이 입시를 치르게 되는 2021학년도부터는 수능과 고교 내신 성적이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2021학년도 대입은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진 교과서로 치르는 첫 시험이기도 하다. 역시 현 중 3부터 해당된다.

이 때문에 현 고1이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재수를 할 경우, 전혀 새로운 입시 제도를 뚫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될 수 밖에 없다. 컨설팅업체 스터디홀릭의 강명규 대표는 “현 고1은 ‘재수를 하지 않고 한 번에 입시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크다”며 “고 1학생과 학부모가 자퇴를 문의하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최소 3~5배는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현장에서는 지금 고 1들을 ‘입시 절벽 세대’로 부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입시업체 전문가도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입시 제도에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인 변화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2021학년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상대평가 때보다 변별력이 떨어져 대학들에선 수능 점수만으로 합격생을 뽑는 정시 선발 인원을 줄일 가능성도 높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현 고 1이 치르는 2020학년도 수능은 기존 교과서로 상대평가식 수능을 치르는 데다, 이듬해 정시 선발 인원이 줄어들 것을 예상해 재수·삼수생들도 이 시기를 대입 정시 합격의 마지막 기회로 여길 것”이라며 “우수한 재수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경쟁과 눈치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첫 모의평가가 1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2052개 고등학교와 409개 학원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현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대입 논술전형 축소·폐지도 현 고1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논술전형을 폐지하는 대신 학생부종합과 학생부교과 전형이 늘어난다. 논술전형은 수능 성적과 논술 점수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데, 이 전형이 폐지되면 현 고1 학생들은 오로지 수능과 내신만으로 대입을 치러야 한다. 그만큼 대입의 길이 줄어드는 셈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불리한 내신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던 논술전형이 사라지고 학생부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현 고1은 내신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내신 시험을 한번이라도 잘못 보면 학생부전형으로 진학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차라리 자퇴한 뒤 수능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고 1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김지연(46·서울 중랑구)씨는 “재수를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수능을 망치면 만회할 기회도 없어져서 내신 관리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살얼음 걷듯 학교생활하는 아이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김혜남 문일고 진로부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크게 바뀌고, 이때마다 해당 학년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돼 왔다. 학교 현장에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단계적·점진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 중3에 적용되는 개편안을 가급적 빨리 확정해 교육 현장의 혼란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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