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대형로펌이 웃는다

황국상 기자 2017. 6. 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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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文정부 시대의 대형로펌 ①] 대형로펌, 노동·공정거래 분야 기업자문 급증 기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the L 리포트][文정부 시대의 대형로펌 ①] 대형로펌, 노동·공정거래 분야 기업자문 급증 기대]

문재인 대통령 / 사진제공=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내정자 / 사진제공=뉴스1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 쪽을 공부해볼까해요. 아무래도 이번 정부에선 쓸 일이 많지 않겠어요?”

대형로펌의 기업법무팀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의 말이다. 문재인정부 아래 새로 도입되거나 실시될 정책은 물론 제·개정될 법령 등을 놓고 법률 다툼이 크게 늘어나지 않겠냐는 얘기다. 문재인정부는 이미 4대 그룹을 개혁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을 주된 고객으로 하는 대형로펌들로선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바빠지는 대형로펌들=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경제정책 라인을 지명할 때마다 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 김상조 전 경제개혁연대 소장, 새 정부의 정책을 총괄할 정책실장 자리에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발탁됐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도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고 재벌개혁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낙점됐다.

기업들은 그동안 해오던 경영활동이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에 반하지는 않는지 점검에 들어갔다. 한 대기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휴일 연장근로 문제 등을 검토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고용 관행의 정비에 착수했다.

다른 기업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에 대비해 영업·광고·내부거래 가이드의 전면검토에 들어갔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로펌으로도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내부검토만으로 새로운 기업환경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주요 대형로펌들은 대선 전 이미 문 대통령 공약에 대한 분석과 정책 전망 작업을 마쳐둔 터다.

A변호사는 “양강구도로 진행되던 과거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지난 3월 대선국면이 본격화된 이후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됐던 만큼 공약도 문 대통령 쪽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며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대응전략을 마련해 고객사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내용이 적시돼 있고, 이밖에도 노동, 조세, 환경 등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C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조세나 행정소송 등에서도 많은 이슈가 있겠지만 로펌들이 집중해서 분석한 공약은 지배구조, 불공정 영업행위 등 공정거래 관련 이슈와 고용·노무관리 등 노동 이슈 쪽”이라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그간 내놓은 공약이나 입법행보를 보면 공정거래법, 근로기준법 외에도 상법 개정으로 연결되는 이슈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로펌들은 이미 고객사를 대상으로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한 분석 결과를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직후 법무법인 광장, 화우, 원 등의 노동팀, 공정거래팀이 각각 고객사를 대상으로 정책대응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세종, 율촌 등도 고객사를 대상으로 이슈분석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등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각 기업에 특화된 인사·노무관리 및 경쟁 이슈를 분석한 보고서를 들고 변호사들이 고객사들을 찾아가 맞춤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은 문재인정부의 기업정책의 경우 예측가능성은 높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공약 이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E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 공약집에 포함된 정책들은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환경에 적응하려면 공약집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경영 시스템 전면 정비해야“=로펌들은 문 대통령의 공약을 △법령의 제·개정 등 입법활동을 거쳐야만 추진될 수 있는 사항 △입법활동을 거치지 않고 기존규제의 집행력을 높이는 것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입법활동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더라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공약한 사항은 주요 정당들이 합의추진키로 한 만큼 조기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존에 마련돼 있는 노동·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손대지 않은 채 규제의 집행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감독관 1000명‘ 증원 공약이다. 현재 1600명 수준인 근로감독관의 인원이 1000명 늘어나면 1인당 담당해야 할 사업장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어 심도깊은 감독이 가능해진다. 감사 방식이 정기적 감사로 끝나던 것에서 임금체불, 근로시간 미준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착취 등 특정 주제에 대한 기획감사 방식으로만 바뀌는 것만으로도 단속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E변호사는 ”과거 정부에선 단속인원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기업관련 규제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대강 넘어갔던 것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새 정부에선 새 규제의 도입 만큼이나 기존 규제의 집행력 제고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경영 시스템의 전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F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준법경영 시스템은 그저 규제에 대한 사후대응이나 대관활동, 사고 뒷처리 등에 국한됐을 뿐 미국 등 선진국 사내 법무팀이 구축한 준법경영 시스템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준법경영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로펌들 입장에선 정부의 정책이나 행정조치에 대한 소송 뿐 아니라 준법경영 시스템 재정비를 위한 자문에 대해서도 일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출범으로 대형로펌들이 무조건적으로 수혜만 받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새 정부의 개혁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대형로펌이 개입한다고 해서 얼마나 승률이 높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싸움이 어려워지는 만큼 수임료가 다소 올라갈 여지가 있겠지만 상대방인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로펌 입장에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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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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