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알쓸신잡’, 예능으로도 ‘뇌호강’을 할 수 있구나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6.03 12: 30

tvN ‘알쓸신잡’이 방송 사상 최초 ‘뇌호강 예능’으로 등극했다. 
지난 2일 오후 첫 방송된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는 MC 유희열과 유시민 작가, 김영하 소설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정재승 과학자가 통영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희열을 제외한 네 사람은 예능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인물. 유시민이나 황교익은 ‘썰전’ ‘수요미식회’ 등에 출연하긴 했지만, 토론 프로그램 이외에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연예계 뇌섹남인 유희열이 네 명의 박사와 함께 하는 여행에 “무식이 탄로날까 걱정”이라고 소감을 밝힌 것도 무리가 아닌 조합이었다. 

그런 네 사람의 조합이 과연 재미있을까 싶었던 것도 잠시, 네 박사들의 광대한 스펙트럼의 수다는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들은 메뉴를 두고 대립하는가 하면, 서로 음식 사진을 보내며 ‘사진 배틀’을 벌이는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강의 일정 때문에 뒤늦게 합류한 정재승까지 모인 자리의 ‘아무말 대잔치’는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준 순간이었다. 다찌집에서 둘러앉은 유희열과 네 사람은 해산물을 맛보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일단 시작은 장어에 대한 속설 이야기였다. 장어가 정력에 좋다는 속설이 거짓이라고 말한 정재승은 온갖 종류의 장어를 언급했다. 장어 이야기만으로 후끈 달아오른 이야기 배틀은 통영 여행으로 주제가 옮겨졌다. 황교익은 백석 시인의 시비로 유명한 충렬사 이야기를 했고, 그는 백석의 시 ‘통영’을 읊었다. 
백석의 시가 첫사랑을 위한 시라는 것만으로도 주제는 아내와의 첫사랑으로 옮겨졌다. 유시민은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서너 번 만나니 괜찮았다. 그냥 가다가 손을 잡았다. 손을 안 빼서 그냥 갔다”고 말하며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이외에도 관광지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보고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지적하기도 하고, 거북선 용머리의 용도에 대해 토론했다. 인도 무굴제국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역사, 일제강점기 비화, 동성동본과 호주제 폐지까지 주제는 물결처럼 옮겨갔다. 
“이게 또 별로 쓸데는 없는 이야기인데”라며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네 사람의 케미,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준 김영하와 정재승, 요즘 가장 핫한 유시민, 남다른 맛철학의 황교익과 방송계 대표 뇌섹남이지만 이 가운데에서는 진땀만 흘리는 MC 유희열의 모습은 시청자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신선함이었다.
예능에서 거북선의 용머리 용도와 미토콘드리아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나영석 PD의 ‘알쓸신잡’이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뇌호강을 예능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 예능의 경계는 끝이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 게 바로 ‘알쓸신잡’이다. / yjh0304@osen.co.kr
[사진] ‘알쓸신잡’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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