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대립군', 배우들에게 알려도 됐을 가마신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6.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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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지난달 31일 개봉한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1592년 조선, 임진왜란이 발발해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 분)가 토우(이정재 분)가 수장으로 있는 대립군과 함께 임진왜란 속에서 생사를 나누며 운명을 함께 했던 이야기다.

'대립군'은 국내 여러 산에서 촬영이 진행돼 출연진들과 스탭들을 참으로 고달프게 했던 영화입니다. 주연을 맡은 이정재가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 중 가장 힘들게 촬영을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을 정도입니다. 이정재 뿐만 아니라 여진구, 김무열 역시 주로 산 속에서 이뤄진 촬영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특히 대립군이 광해를 가마에 태우고 산을 오르는 장면은 배우들에게 있어서 '대립군' 중 최고 힘든 촬영이었습니다. 연기하지 않아도, 날 것 그대로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숨은 의미가 있었지만 감독은 배우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배우들을 혹사 시키려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감독의 의도를 숨겼을 뿐입니다. 정 감독이 밝힌 이 장면의 숨은 뜻은 가마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즉, 국가를 짊어진 백성이란 뜻입니다. 이어 토우가 가마를 밀어 절벽 아래로 떨어트리는데, 이는 권위를 깨버리는 의미입니다. 이런 좋은 의도를 자신만 알고 배우들에게는 함구한 감독입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가마신에 숨겨 놓은 감독의 의도는 좋았습니다. 물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극중 상황을 두고 때로 모르는 게 약일 수 있겠지만, 이 장면의 의미는 배우들이 알아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힘들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워낙 거친 산길을 헤집고 다녔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정재, 김무열, 박원상 등의 얼굴에서는 '그냥 힘들 뿐'이란 느낌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광해를 호위하는 이들에게 투덜거리는 연기 또한, 감독이 숨겨 놓은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 장면입니다.

만약, 감독이 배우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렸다면 이 장면이 더 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왕을 향한 백성의 원망이 어땠는지 단 번에 알 수 있는 장면으로 손꼽힐 수도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이정재부터 여진구까지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강물에 떠내려 간 시체를 표현한 것처럼, 보내버린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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